김대중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은 18일 문희상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5당 대표들이 국립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문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양국관계의 해법과 미래비전을 제시했다”며 “우리 국민은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한·일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김 전 대통령의 통찰과 용기를 기렸다. 여야 정치권의 이런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정치권의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한·일관계가 최악일 때 추진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다 급기야 YS 퇴임 한 달 전 일본 정부는 어업협정 파기를 일방 통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DJ는 취임하자마자 외환위기 극복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응을 위해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이어받아 양국은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했다. 오부치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무라야마 담화’를 재확인해 최초로 공식 외교문서에 명시했고, DJ는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마침내 1998년 10월8일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의회에서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는 당시 왜색문화가 판친다는 반대에 맞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함께 선언했다. 이는 양국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한류 바람으로 이어졌다. 한·일 양국은 이 과정을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작금의 한·일관계 악화는 과거를 직시하지 않는 일본에 기본적 책임이 있다.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한국 정부가 막지 않았다며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한·일관계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 위에서만 재출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일 간 문제는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 풀 수 없다. 오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등 난제가 닥쳐 있다. 김 전 대통령과 같은 한·일관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통찰, 용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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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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