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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5일 2018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 적’이라고 기술했다.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모든 위협과 침해 세력을 적이라고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북한을 섬멸의 대상으로 상정해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킬 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이라는 용어도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말로 바꿨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기반을 마련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대내외에 국방정책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2년에 한 번 발간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인 이번 백서는 이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전력을 종전보다 더 상세하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능력은 현상 유지를 했지만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특수전 능력이 고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적재적소 전력 배치로 이런 위협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체결 등을 새로 수록하고, 그에 맞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했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 마당에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등 시빗거리로 삼을 이유가 없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출처:경향신문DB)

박근혜 정부 때 펴낸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적이라고 표현했고, 이전에는 이를 넘어 ‘주적(주된 적)’ 표현까지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국방백서를 살펴봐도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례는 없다. ‘위협’이나 그보다 심각한 경우 ‘1차적 위협’ 등의 용어를 쓸 뿐이다. 주적 개념은 더욱 생소하다. 북한은 현실적인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류·협력의 대상이며, 나아가 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이다. 백서에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고 남북 간 관계 진전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면서 교류와 협상을 말할 수는 없다.

보수 일각에서는 당장 적과 킬 체인 표현을 없앴다며 안보에 큰 허점이 생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적 표현을 써 적개심을 고취한다고 대북 억지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의 한국을 향한 반응이 민감해지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크게 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적 또는 주적이라는 비현실적인 용어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실질적인 안보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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