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 내부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친박계는 그제 심야에 급히 모여 ‘혁신과 통합보수연합’ 모임을 결성하더니 연일 비박계를 공격하고 있다. 어제는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이 나서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인신공격을 했다. “배신과 배반의 아이콘인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후안무치”라고 말했다. 온갖 전횡으로 당을 망쳐놓고도 도리어 큰소리를 치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박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은 친박이나 비박 모두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 무게로 따지자면 친박의 책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무겁다. 친박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이다.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으면 사후 시정에라도 적극 나섰어야 하지만 오히려 덮고 비호하는 데 급급해 오늘의 사태를 빚었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권력을 휘두르다 참패를 자초한 것도 친박세력이었다. 거기에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했으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무슨 낯으로 남을 향해 배신자 운운하는지 알 수 없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행태다.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맨 오른쪽) 등 친박계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심야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박 대통령을 탄핵결의했으면 그 책임을 친박이 앞장서 지는 게 당연하다. 지도부가 총사퇴함으로써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면모를 일신해 다시 시민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그런데 친박은 이런 정치의 기본조차 무시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 의원들을 대거 당선시켜 놓았다는 점만 믿고 버티기로 작정한 것이다. 친박의 이 같은 행태는 촛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폐족이 되어 물러서면 재기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대 다수 시민을 얕잡아보는 자세다. 박 대통령이 탄핵에서 벗어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망발이다. 대통령의 실정을 무조건 추종하다 탄핵을 불러놓고도 같은 잘못을 계속하겠다는 발상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혁신’과 ‘통합’을 표방하는 건 시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친박세력은 겉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외치고 있지만 속으론 친박이라는 정치적 파벌의 이득만 취하고 있다. 500억원이 넘는 당 재산과 보수 기득권을 지키는 게 목표이다. 알량한 의리로 포장해 파벌의 이익을 추구하는 친박의 못된 행태를 시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 변한 줄 모르고 여전히 큰소리치는 오만방자하고 탐욕스러운 친박세력의 존재는 보수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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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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