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충남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를 접하는 순간 눈과 귀를 의심했다. 시간과 장소만 바꾸면 두 달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씨 사고와 판박이다. 숨진 이모씨(50)는 외주용역업체 노동자로 김씨처럼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변을 당했다. 비정규직인 이씨는 제2의 김용균이었다. 어떻게 두 달 만에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단 말인가.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비정규직들은 “나도 김용균이다”를 외치며 원·하청의 노동차별 금지,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을 미뤄가며 근본적인 대책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 덕에 ‘김용균법’이 통과됐고,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다.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인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가족을 만나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용균법도, 대통령의 약속도 외주업체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죽음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했다. 2007년부터 이번 사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36명이 이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27명이 외주업체 노동자였다. 2013년 5월에는 전로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지기도 했다. 당진공장은 원·하청 노동자 간 차별이 심한 사업장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관할 지방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비정규직 차별금지,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근로감독은 무력했다. 감독과 시정 조치 이후에도 매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노동청의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현대제철은 21일 “사고 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대책 마련 및 안전 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때마다 반복해서 들었던 얘기다. 아직 사고 원인과 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관계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작업장의 안전장치 미비, 비정규직 차별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최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장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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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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