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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열차 선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인근에서 열차에 치여 숨진 정모씨(44)는 18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통신기술자였다. 그는 동료 8명과 함께 열차가 운행하는 낮시간에 광케이블 유지·보수 공사를 하다 전동차에 치였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열차감시 의무 소홀, 기관사의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이 둘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사실은 숨진 노동자가 코레일의 하청을 받은 외주업체의 직원이라는 점이다. 

선로 사망 사고는 2013년 성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가 희생된 이래 강남역(2015년), 구의역·KTX김천역(2016년), 노량진역·온수역(2017년) 등에서 계속됐다.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이다. 사고 희생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외주업체의 노동자들이다. 산재사망자의 90%가 하청노동자라는 통계와 맥을 같이한다. 이번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선로 작업은 업무 전달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 광케이블 공사에 앞서 열차 감시원, 관제센터, 기관사 간에 작업·운전 정보를 제대로 공유했더라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광케이블 작업자들이 외주노동자들이어서 원청인 코레일과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크다. 

3일 고용노동부 조사관들과 코레일 직원들이 전날 사망하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청역 인근 선로에서 사건조사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2018년 12월 태안화력 비정규직 김용균씨 사망 사건은 외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고 김용균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소 하청 노동자는 사고 및 위험 노출도가 원청 노동자에 비해 9배나 높았다. 반면 연봉은 정규직의 53%에 그쳤다. 다른 외주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유해·위험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고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원청업체는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는 게 안전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선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난 2일,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등 코레일 자회사 지부들은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 노동자 중 안전업무에 종사하는 열차승무원과 차량정비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또 공사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공사의 8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권고했다. 외주노동자의 계속되는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협력사 노동자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가 대안이다. 이것이 김용균씨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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