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에 가까스로 잠정합의했다. 국회가 5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면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 시한(12월2일)을 사흘 넘겨 통과되는 셈이다. 최대 쟁점인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지원 문제에서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서면서 타결의 물꼬를 텄다.

내년 공무원 인력 증원규모를 정부안인 1만2221명보다 2746명 줄어든 9475명으로 합의했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금 3조원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데 합의했다. 여당으로서는 공무원 증원규모를 양보하는 대신 최저임금 정부지원금을 지킨 것이다. 또 기초연금을 올해 월 최대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하되 시행시점을 내년 9월로 조정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5%로 인상하되 최고세율 과표구간은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소득세 인상안도 과표 5억원 초과에 42%를 매기는 정부안이 확정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일자리, 복지, 증세의 골격이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됐다.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기금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증원규모가 당초 원안에 비해 20%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소방관, 경찰, 교사, 사회복지 공무원, 근로감독관 등 안전과 민생 분야에 증원이 가능해졌다. 일자리 안정기금도 올해 최저임금 16%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예산이었다. 다만 2019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하고 직접지원 방식을 근로장려세제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내년 7월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단서가 달렸다. 재정만으로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 만큼 일단 시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야가 지혜를 모으면 될 일이다. 법인세율이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환원됐고, 소득세 최고세율이 상향조정된 것도 평가할 대목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새해 예산안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 준수 실패라는 오명을 남겼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옥신각신하는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든 선진화법이 무력화된 셈이다. 합의과정을 지켜보면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모습이 미덥지 않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소통과 협력이 절실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전략이 치밀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야당도 의석수를 앞세운 발목잡기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국민의 외면을 면치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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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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