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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자욱하게 깔렸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은 지난 25일 24시간 평균 PM-2.5 농도가 99㎍/㎥(서울), 102㎍/㎥(경기)로 2015년 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다. 따뜻한 남서풍을 타고 유입된 중국발 오염물질을 남해상의 고기압이 가두면서 일어난 대기 정체 현상 때문이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도 채 안되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방독면을 써야 하는 독가스 수준의 대재앙’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7일부터 미국·일본 수준으로, 예전보다 훨씬 강화된 초미세먼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기준을 강화해서 시민들에게 경각심만 불어넣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이번 고농도 현상의 주원인은 ‘중국발 미세먼지’이다. 한·중 정상 간 미세먼지 선언과 화베이(華北)·산둥(山東) 지역의 대기질 연구 등 실효성 있는 공동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진척이 없다. 정부는 절박감을 갖고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중국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중국조차도 300조원에 가까운 돈을 저감정책에 쏟아부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까지 아예 휘발유나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세먼지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안 이상 그 원흉을 그냥 둔다는 것은 그 정부의 무책임이다. 한국의 경우 노후 경유차(2.5t 이상)의 도심 진입을 막는 법을 만들었지만 부처와 시·도 간 이견, 업계의 이해 등이 얽혀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환경부 따로, 산업부 따로, 국토교통부 따로 식의 중구난방 대책으로는 절대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 없다. 각 부처를 망라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컨트롤타워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규정한 이상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미세먼지 저감에 큰 영향을 끼칠 민간 차량 강제 2부제 등 관련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일 수 없다. 27일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의 제정논의를 기대해본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2060년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사망자가 5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시민들도 이제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나 차량 강제 2부제는 물론 경유차 퇴출 같은 혁명적인 조치를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은 ‘남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탓’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민 호흡권을 위해서 시민 스스로도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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