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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다”는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자 뒤늦게 내놓은 해명이라는 게 가관이다. 나 원내대표는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다”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해괴한 해명을 내놓았다. 친일 청산의 대의를 부정하고 반민특위의 역사적 의의를 짓밟는 자신의 발언에 시민사회와 역사학계에 이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직접 규탄 성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자, ‘반문특위’ 궤변으로 발뺌하려는 수작이다. ‘반민특위 발언’으로 드러난 극우적 역사인식도 경악스럽지만, ‘민’을 ‘문’으로 바꾸는 말장난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천박한 발상도 목불인견이다.

임우철 애국지사(101)와 독립유공자 후손 600여명은 지난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역사 왜곡”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임 지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특위’를 반대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25일에도 반문특위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 화살을 돌려 자신의 뒤틀린 역사인식을 변호하려는 비겁한 회피다.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은 단순 실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거센 비판이 쏟아진 이튿날에도 의원총회에서 “반민특위 활동이 잘돼야 했지만, 결국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분명 2019년 ‘반문특위’가 아니라 해방 직후 ‘반민특위’를 언급하면서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했다. 당시 국론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민족 죄과를 숨기려 방해공작으로 반민특위를 좌초시킨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이다. 친일세력의 반동을 정당화하는 망발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토착왜구’라는 치욕적인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101세의 독립지사가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과 역사를 왜곡하고 독립운동가를 모욕했다”며 피맺힌 분노를 토하는 것이 2019년의 비루한 현실이다. 정녕 나 원내대표가 친일파를 비호하고 반민특위를 부정할 뜻이 아니었다면, 더는 호도하지 말고 발언을 사죄하고 독립유공자들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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