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2015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헌법가치 부정세력을 뿌리 뽑아 국가혁신의 대전제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반국가단체·이적단체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친북사이트 등을 통한 선전·선동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업무보고 당시 ‘통신·에너지·교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부문 비리 수사’를 중점 언급한 것과 대비된다. 법무부와 검찰이 ‘공안 드라이브’를 강화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주목할 대목이 있다. “미래세대에 대한 법 교육을 강화해 헌법가치와 준법의식이 체화되도록 할 것”이란 부분이다. 단순히 선언에만 그친 것도 아니다. 교육부와 협조해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생활 속의 헌법가치’ 내용을 싣는 한편, 유아·초등생용 법질서 프로그램도 시범 유치원과 학교에 배포할 것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층간소음 분쟁 등을 다룰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작년에 위헌정당(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 헌법가치를 지켰다면 올해는 교육으로 헌법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 해산의 연장선상에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닌가. 국가보훈처가 안보 교육을 내세워 야당에 이념공세를 가한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헌법 교육 역시 일방적 이데올로기 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짙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행정자치부, 법무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8개 부처로부터 정부혁신을 주제로 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공안몰이는 기실 신년 벽두부터 가시화한 터다. 방북 경험을 전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강제출국당했고,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는 구속됐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 행사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권이 검경을 동원해 공안몰이에 나선 이유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비선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이념 공세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하지만 공안몰이는 흘러간 유행가에 불과하다. 다시 틀어봐야 일부 ‘올드 팬’만 귀 기울일 뿐, 대다수 시민에겐 효과가 없을 터이다.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해산 반대는) 통합진보당에 면죄부를 주고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고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재판관의 말에 진정한 ‘헌법가치’가 담겨 있다. 정권은 더 이상 헌법을 욕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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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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