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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끌어온 ‘삼성전자 직업병’을 둘러싼 분쟁에 해결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조정위가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거부할지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정위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강제 중재안을 내게 된다. 조정위는 오는 10월 전까지 중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재안에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안, 삼성전자의 사과와 1000일이 넘어선 삼성전자 본관 앞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방지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재안이 수용되면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삼성전자 직업병 사태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삼성전자 양쪽이 백혈병 문제 해결 조정위원회의 2차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의 사과와 보상의 길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 삼전전자 본사 앞에서 22일 ‘반올림’ 회원들이 천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데는 삼성전자 탓이 크다. 조정위가 8개월간의 조정 끝에 2015년 7월 1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조정 권고안을 마련했으나 삼성전자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되는 작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버티기가 이어지는 동안 반올림에 접수된 삼성그룹 직업병 피해자는 320명(사망자 118명)으로 늘었고, 이 중 삼성전자 공장의 사망자만 95명에 달한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29명의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을 비롯해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뇌종양, 폐암, 난소암, 다발성경화증 등 10가지 질병이 반도체 산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정됐다. 정부도 법원도 모두 인정하는 ‘삼성의 직업병’을 삼성만 부정해 온 것이다.

삼성전자가 조정위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것은 이번 사태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진행될 중재안 마련 논의에 피해자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임해야 할 것이다. 중재안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 직업병을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일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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