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512조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 심의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정부안(513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줄었지만 올해 본예산보다 42조7000억원(약 9%) 늘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산업·중소·에너지(26.4%), 환경(22%), 사회간접자본(SOC·17.6%)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일부 야당의 ‘대폭 삭감’ 주장은 허언에 그쳤고 대부분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회의 정부예산 심의는 세금이 낭비 없이 지출될 수 있도록 사전에 적정성을 따져보는 절차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 심의의 실상은 ‘부실·날림’이 돼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SOC 예산 심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전년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22조3000억원의 SOC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건설투자 부진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되자 ‘생활형 SOC’ 등의 명분으로 투자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일본의 SOC 투자남발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배치된다.

국회는 SOC 예산 가운데 예비타당성조사조차 면제받는 사업이 많은 만큼 철저히 심의해야 한다. 그래야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감시는커녕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삭감도 모자랄 판에 심의과정에서 정부안보다 9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확대한 예산은 대부분 당대표,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예결위 간사 등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성 사업에 배정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장병완 대안신당 대표, 김재원 예결위원장(한국당), 전해철 예결위 간사(민주당) 등이 이른바 ‘쪽지 예산’으로 수억~수십억원을 추가로 가져갔다. 지역민원성 예산 확보 앞에 ‘꼼꼼한 심의’는 걸림돌일 뿐이었다. 반면 취업성공 패키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노인요양시설 확충 등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원이 깎였다. 지역 민원성 토목사업에 쓰기 위해 취약계층이나 일자리 예산을 줄인 것이나 다름없다.

새해 예산규모가 확대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6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지금 빌려 쓰는 돈은 후대에 갚아야 할 빚이다. 그런데도 국회의 부실한 예산심의는 반복되고 있다. 국회 심의가 ‘쪽지 예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국회의원 자기 재산이라면 이렇게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 각성을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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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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