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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발생한 수몰사고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생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10분쯤 지하 40m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한 협력업체 노동자 구모씨(65)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숨졌다. 미얀마 국적의 ㄱ씨(23)와 이들을 대피시키려 터널에 들어갔던 현대건설 직원 안모씨(29)는 실종됐다가 1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는 결혼한 지 갓 1년이 넘은 신혼이었다. 그의 부인은 망연자실, 말조차 잃었다고 한다. ㄱ씨는 미얀마에 있는 부모와 형제자매 6명의 생계를 돌보기 위해 2년여 전 한국땅을 밟았다가 변을 당했다.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참담하다. 

우가 내린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지하 터널에서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하고 고립된 노동자 3명을 구하기 위해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그런데 이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살펴보니, 황당한 게 한둘이 아니다. 먼저 하늘에 먹구름만 보여도 작업을 중단토록 한 매뉴얼은 무시됐다. 호우예보 속에 터널 안에서 노동자들이 작업 중인데도 양천구청과 시운전사인 ㄴ사, 시공사인 현대건설 사이의 소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 제1의 통신강국인데도 현장과의 연락은 불가능했다. 그사이 수문 2개가 자동으로 열렸고 쏟아진 6만t의 물이 노동자들을 덮쳤다. 수문이 열리더라도 빗물이 작업현장까지 도달하는 데 23분이 걸렸기 때문에, 곧바로 닫았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수문은 그러나 개방 후 40여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닫혔다. 현장에는 그 흔한 튜브 등 안전장비 하나 없었다고 한다. 최초 작업에 투입된 구씨 등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위험의 외주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97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중 절반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숨졌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되레 늘고 있다. 일터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는 노동자가 줄지 않는 것은 규정은 허술하고 처벌은 약한 탓이다. 지난 10년 동안 산재사망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0.5%였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허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시민사회단체가 원하는 ‘중대재난기업처벌법’ 제정 등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일터에서의 노동자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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