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10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가고, 주말마다 대규모 장외투쟁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여성 의원은 삭발을 먼저 했고, 또 다른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야당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삭발은 무력한 야당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이런 투쟁이 지지자들의 속은 뻥 뚫어줄지 모르지만, 다수 시민들도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9월 정기국회는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17일 예정된 교섭단체대표연설이 무산됐다. 야당은 조 장관이 국회 연설에 참석하는 것에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조국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영 갈등도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는 사모펀드 핵심 인물로 알려진 조 장관 5촌 조카의 신병확보로 의혹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펀드 투자에 조 장관의 영향력이 미친 것 아닌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초점인 상황에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당도 수차례 이런 검찰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단을 타진하자 강력 반발했던 것도 현 수사 라인이 잘하고 있다고 나름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 장관에 대한 문제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여야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가 38.5%로 늘어났다고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 일부가 돌아섰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되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실망했지만 한국당도 싫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대립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조국 사태의 진실은 검찰에 맡기고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투쟁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해도 늦지 않다. 먹고사는 게 급한 시민들 입장에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삭발이고, 무엇을 위한 국회 올스톱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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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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