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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징과도 같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어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척박했던 진보정치의 희망을 쌓기 위해 갖은 고난을 딛고 매진해온 족적을 알기에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 앞에서 시민들은 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불법자금 정치인의 굴레를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짐작은 해보지만, 한국 정치에서 ‘노회찬의 빛’을 감안할 때 충격이 쉬 가시지 않는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여야 정치권에서 놀라움과 비통, 참담함을 표하며 여의도가 깊은 침묵에 빠진 것이 그 충격을 가늠케 한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한결같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싸워온 ‘노회찬’이었기에 허망하기 짝이 없는 마지막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건 아닐 터인데, 문제의 소멸일 뿐 해결은 아닐 터인데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고통의 밀도를 헤아릴 수가 없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23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앞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더불어민주당 홍영표·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산 자들은 그가 남긴 유서에서 짊어지려 한 책임의 깊이를 짚어볼 뿐이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누를 끼쳤다”면서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도저한 죄책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평생을 헌신해 쌓아온 진보정치의 진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했던 셈이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무게를 따지기 앞서, 불법자금의 저격수로 불리던 노 의원이었기에 “정상적 후원절차를 밟지 않은” 정치자금을 받은 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공개되자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일방으로 피의 사실이 공표되어 사전에 인격살인을 당하게 되는 후진적 수사관행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 노 의원은 결국 자신의 말과 주장에 대한 책임을 무한대로 짊어진 셈이다. 그것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로 나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책임윤리의 극한으로 자신을 몰고간 것이어서 끝내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노 의원이 씨앗을 뿌리고 못다 피운 진보정치의 꿈을 펼쳐갈 몫은 남아 있는 이들에게 있다는 다짐을 새기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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