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어제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 합류와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보수대연합이 필요한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그런 방식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목격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십명의 의원들이 탈당과 창당, 그리고 복당하는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촌극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1월 말 새로운 보수당을 표방하며 출범한 바른정당이 탈당파 때문에 석 달여 만에 반쪽이 되는 장면이다.

이들의 탈당은 명백한 자기 부정이다. 탈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때에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되돌아가려는 한국당은 석 달 전 결별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된 친박근혜계가 그대로 살아있다. 홍준표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가 무죄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한 자신들의 선택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되돌아갈 명분이 없다. 탈당 의원들은 또 “친북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는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보수를 주장하다 느닷없이 친북 좌파 운운하는 수구보수의 논리로 회귀하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건전 보수를 주창한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은 무엇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와 정치인은 현실과 유리되어서는 안된다. 또 정당을 중심으로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 지지층을 모으고 선거를 통해 심판받는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게 정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은 자기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 탈당파들은 자신들의 탈당과 창당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책임지는 모습부터 보였어야 한다. 자신을 뽑아준 지지자들에게 사과하고 잘못된 정치적 결단을 자책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하루아침에 보수를 개혁하겠다는 창당 정신을 버린 것은 물론 자기들이 뽑은 후보를 끌어내리려 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한국당 내 친박세력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탈당파들을 선별해 복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수모를 받아가며 탈당파들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번 탈당 배후에 김무성 의원이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김 의원은 정치원로답게 저질 정치기술자 노릇을 그만해야 한다. 탈당파 의원들과 김 의원은 이참에 정치를 왜 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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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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