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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이 좀처럼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KBS와 대담하면서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한 뒤 근 한 달째다. 청와대는 일대일 회담을 원하는 자유한국당에 ‘5당 대표 회담 후 일대일 회담’을 제안했으나 황교안 대표는 ‘3당 대표 회담 뒤 일대일 회담’을 하자며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9일 북유럽 순방을 떠나는 일정이 계획돼 있다. 청와대가 회담 날짜로 제시한 7일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국회 파행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얼핏 보면 대통령과 정당 대표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자는데 5당이든 3당이든 회담의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출범시킨 ‘5당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취지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야·정 협의체는 대통령과 여야 5당이 국정의 동반자로서 협치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형식의 문제를 떠나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꾸려나가기 위한 협치 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서 굳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빼자는 한국당의 주장은 이런 틀을 깨는 것이요, 합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한국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별도로 단독 회담을 열기로 한 마당에 3당 회동만 고집하는 건 지나치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5당 대표 회담 뒤 별도로 단독 회담을 한 선례도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전개될 과정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정치적으로 제외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그런 속셈이라면 거대 정당의 기득권에 사로잡힌 낡은 사고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마침 황 대표는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간 황 대표는 대여 강경투쟁의 선봉에 서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킨 한편 지나친 우경화로 중도층 확장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100일을 계기로 당내에 경제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앞으로 비판보다 대안에 주력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와 비판만 해온 제1야당이 정책으로 대결하겠다는 선언은 많은 시민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황 대표는 줄곧 민생파탄과 경제위기를 외쳐왔다. 정말 민생이 걱정이라면 여야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경제,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현실을 논의하자는데 퇴짜를 놓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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