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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안전이 위협받는 재난 수준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이번 화재로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세트가 파괴되면서 해당 지역의 KT 이동통신,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카드결제 단말기 등이 먹통이 돼 식당, 상점 등은 영업 손실을 보았다. 특히 병원 전산망이 멈춰서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고, 경찰관서의 112시스템과 범죄신고 전화까지 불통이 됐다. 사고가 주말이 아닌 주중에 났다면 피해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화재 진압 후 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의 화재로 국가 기능 마비 수준의 사태가 발생하는 취약한 시스템의 민낯을 보여준다.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25일 전날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사고 원인으로 통신망에 대한 허술한 방재 시스템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 5개 자치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설비가 설치된 통신구에 화재 방지 장치라고는 있으나마나 한 소화기뿐,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현행 소방법은 통신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현지사 통신구가 이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화재 발생 시 대형 재난이 예상되는 핵심 시설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체계도 문제지만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KT의 잘못도 크다. 사고 시 가동할 ‘백업(비상가동)’ 통신망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문제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다. KT는 일단 보상과 관련해서는 피해를 본 유·무선 고객들에게 1개월치 요금(직전 3개월 평균 사용 요금 기준)을 감면하기로 했다. 이는 약관에 정해진 금액보다는 많은 보상이다. 하지만 막대한 영업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문제다. 이들 상당수가 주말이 대목인 영세상인들이다. 배달앱 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들도 손해를 봤다. 과거에도 통신 사고로 상인 등이 피해를 본 적이 있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KT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통신망이 밀집된 통신구에 화재방지 시설을 확충하고 주기적인 안전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방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사고 발생에 대비한 백업망 설치와 통신사들 간 우회로 확보 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통신이 국가 기능과 시민들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더 커지면서 이제 통신망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이 됐다. 만에 하나 테러세력 등이 이번 화재와 같은 상황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다면 국가적 혼란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통신업계는 철저한 안전·비상대책을 세워 통신망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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