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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詩想과 세상

사월의 바다

경향 신문 2021. 4. 19. 10:04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검고 힘센 수심의 아가리가

입 벌리고 있을 뿐인 사월 바다엔

나는 없다, 나를 찾을 길 없다

힘없는 시간의 난간마다 펄럭이는

빛바랜 노란 리본들만 펄럭일 뿐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오히려

결코 피할 수 없는 큰 눈이 깜박일 뿐이다

이제 세상의 눈길이란 눈길을

하나의 망막으로 결집하는,

더 이상 그 어떤 예언도, 기도도

가닿지 못하는 시선의 사월 바다엔

임동확(1959~)

2014년 4월16일 아침, 전남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 배에는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325명을 포함, 476명이 타고 있었다.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에 안심했지만 오보였다. 배는 가라앉고 있었다. 선내에선 “이동하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말을 믿은 아이들은 누군가 구하러 올 줄 알고 선내에 머물렀다. 하지만 배는 그대로 침몰했다. 착한 아이들 포함, 304명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며 무사 귀환을 빌고 또 빌었다. 난 아이 둘을 키우는 아버지였다. 4월의 바다는 짐승과 다름없다. 임동확 시인은 4월이 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큰 눈”만 껌뻑인다. 무기력증에 빠져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잃어버린다. ‘나’라는 개인이 없는데, ‘나라’가 왜 존재할까. 7년 전에 시간이 멈췄는데, 미래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신은 도대체 어디 있었을까. 있기는 할까. ‘잊지 않겠습니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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