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상대방이 맞춤법은 물론이고 엉성한 문장으로 마음을 표현하면 어쩐지 싸한 느낌이 든다는 고백. 맞춤법을 완전히 터득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문장 가지고 사람 평가하지 말라며 토닥이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사전 검색도 안 해보는 건 기본적으로 성의 부족이다, 글이란 게 교양의 문제인데 맞춤법도 자연스럽게 익힌 사람이 신뢰가 간다며 글이라곤 평소에 멀리한 사람인가 보다고 콕 짚어 폄하하는 댓글도 있다. 경험상, 출판을 하는 나로서는 글만큼 그 사람을 잘 알려주는 게 없다. 일상의 글쓰기,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 당연한 것이지만 잘할수록 매력적이다. 어쩌면 좋을까.

규모가 큰 서점뿐 아니라 큐레이션이 잘된 개성 있는 동네책방의 책장에서도 ‘글쓰기’ 코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쓰기가 주제인 책들은 오래전부터 오늘까지도 여전히 독자들이 외면하지 못할 출판 기획의 묘수로 꼽히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글쓰기 책들은 작가 지망생만을 위해서 조언하지 않는다. 회사든 집이든 어떤 조직에서도 우리는 글을 써야만 하는 삶을 산다. 독후감, 리포트, 자기소개서, ‘자소설’. 아니, 멀리 갈 것 없이 문자메시지며 트위터, 인스타그램, 연애편지 등 놀고 사랑할 때조차 글쓰기는 우리를 졸졸 따라다닌다.

글쓰기 책들이 강조하는 것은 첫째, 어떻게 쓸지 두려워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일단 써라, 그러고 차분히 고쳐라. 글이란 쓰는 것이 아니고 고치는 것이다. 둘째, 잘 쓰겠다고 어깨에 힘을 주고 문법과 구조 등을 떠올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입으로 뱉듯 써라. 그러고 역시나 고쳐라. 셋째, ‘~적’ ‘~의’ ‘~들’을 문장에서 삭제해보라, 글이 더 간명해진다. 더 유익한 조언과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그 많은 글쓰기 책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건 이거다. ‘고치면서’ 완성하고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개성’을 유지하라. 하고 싶은 말을 입말에 가깝게 쓰고 불필요한 한자나 조사나 접속사, 중복되는 표현 등을 제거하면서 ‘정확하고 개성 있는’ 글에 가까워진다는 것.

최근에 70여권의 글쓰기 책을 훑어보았다. 몇 출판사와 함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고르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위에 말한 공통점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글 쓰는 재능을 특별히 타고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관찰하는 습관, 어떤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메모하고 매만지는 부지런함으로 글쓰기가 진전된다.

어느 별일 없었던 하루를 가만히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중에 어떤 일을 그냥 써보자. 아마도 지나쳤다면, 또 쓰지 않았다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졌을 일이 나만의 묘사에 힘입어 생동감 있는 하루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필요가 있어서 쓰는 것보다 썼기 때문에 기록이 되고 중요해지는 경험을 쌓다 보면 글쓰기 근력은 강화된다. 그렇게 내적인 동기가 마련되면 이제 그 글을 누군가 읽는다고 가정해본다. 옷과 액세서리를 걸치는 데 형식이 있듯 글도 누군가를 만나려면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조사, 어휘, 맞춤법, 주부와 술부, 모든 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지 국립국어원과 사전을 드나들다 보면 차츰 자기의 개성을 알게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글쓰기 책이 끊이지 않는 건 글쓰기로 고민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고, 살면서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글쓰기는 당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차라리 쓰자. ‘글쓰기의 고통’은 글을 쓰면서 해소된다. 아이러니다. 글쓰기를 통해서만 그 고통은 극복된다. 생각만 갖고는 고통이 줄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의 일>이란 책에서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이라고 말하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추리소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서 글 쓰는 비법을 이렇게 말했다. “글을 쓰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말 것.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 원칙입니다. 학생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 심심해서라도 무언가를 배우려 하죠. 이게 효과가 있답니다. 아주 간단한 두 가지 규칙이에요. 첫째, 글을 안 써도 된다. 둘째, 다른 일을 하면 안된다.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역시나 작가들이다. 글쓰기에 대한 비유도 신선하니 말이다.

글쓰기가 버거운가. 우선 글쓰기 책 한 권을 꼼꼼히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고 쓰자. 일정 분량의 초고를 쓰고 나면 일단 산을 하나 넘은 셈이다. 적어도 고칠 일만 남은 원고를 가진 셈이니까.

<정은숙 |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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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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