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길에 치통 때문에 고생을 했다. 난생처음 겪는 치통이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에…’를 외치던 진통제 광고 문구 때문에 익히 치통이라는 고통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픈 것인 줄은 처음 알았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 있는 산둥출판그룹을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꽃다발까지 들고 마중을 나온 그쪽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진통제를 구해 달라고 부탁해서 범용 진통제를 얻었지만, 별달리 고통을 줄이진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말 통하는 한국으로 돌아가 치과에 가서 고통의 시간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한 일행들과 단체비자를 받아서 간 까닭에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 숫자로 매기는 여권지수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여권이지만 중국을 방문할 때는 비자가 있어야 한다. 중국 단체비자는 저렴하지만 명단의 한 명이라도 빠지면 출입국과 여행에 심각한 제한이 생긴다. 모든 일행이 모든 일정을 취소할 각오가 아니면 혼자 빠질 수는 없는 상황. 출입국 심사를 할 때, 군대에서 점호를 했던 이후 처음으로 번호를 맞춰 서서 차례로 출입국심사관을 만나야 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전에도 단체비자 때문에 고생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배를 타고 산둥성 위하이(威海)를 갔다가 칭다오(靑島)에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인천항을 출항한 후에 풍랑을 만나 배는 나뭇잎처럼 흔들렸다. 침대에 누우면 배가 기울어 굴러떨어지고 샤워를 하던 동료가 기우뚱하는 움직임에 부상을 입을 정도였다. 돌아오는 길에 겁에 질린 일행 중에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단체비자의 덫에 걸려 모두 다시 배를 타야 했다.

단체비자에서 빠질 수 없어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회의와 만찬. 아픔은 점점 올라왔지만, 중국 친구가 준 진통제를 4시간마다 먹으면서 참았다. 진통제가 효과가 있어서 그만큼이라도 버틴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정도의 아픔이었는지 모르겠다. 지난은 타이산(泰山) 인근이고,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에서 가깝다. 더구나 지난은 중국에서 드물게 물이 풍부하고 깨끗하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맑은 물이 끊임없이 샘솟는 표돌천이 지난에 있고 그 물들이 모여 대명호수를 이룬다. 물 좋은 마을에 명주가 있다. 공자 집안에서 빚는 술도 유명하지 않던가? 지난에는 이 동네 백주 맛을 즐기고 가리라고 호기롭게 갔건만, 냄새만 맡았다. 씹지도 못하니, 부드러운 만두만 몇 개 놓고 물만 마시면서 아픔을 견뎠다. 치통을 앓아본 사람들만이 정말 걱정을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놀리진 않았지만, 내심 눈치는 치통 정도로 사내답지 못하게 엄살 떤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백주로 소독하라고 했던 친구들은 아마도 치통의 아픔을 겪어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일행은 백주 스무 병을 비웠다. 나도 타인의 치통을 하찮게 여겼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안다. 나는 남들이 치통이라고 하면, 욱신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아플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치통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소주로 소독하라는 망발을 했던 기억도 있다. 이번에 치통을 겪으면서 크게 반성했다. 내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던 점을 후회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감각기관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개인과 개인들 사이에 아픔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신체적 고통은 그것을 느끼는 개인이 그 신호에 반응해서 행동을 하라는 신호이다. 치통은 빨리 그곳의 염증에 관심을 가지고 조리를 하라는 뜻일 것이다.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맹수에게 치통은 먹지 못해 굶어 죽게 만들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일 수도 있다.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신경계를 개체 단위로 끊어 놓은 이유는 이 고통이 개체를 넘어 너무 넓게 연결되면 장기적인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는 종마다, 개체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다른 개체들의 아픔도 함께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해충이 자신을 갉아먹을 때, 신호를 내서 옆에 있는 다른 개체가 그 해충에게 소화가 잘되지 않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어떤 동물이든, 가족의 아픔에 마음으로 공감하고 함께 느낀다. 특히, 신경계가 개체에 한정되어 있는데도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종이 되었다. 자신의 고통에만 괴로워하고 남의 고통에는 무심해서는, 인간 정도의 실력으론 생존도 버겁다.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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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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