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가 올랐다. 같은 날 건강보험료와 함께 국민연금, 통신비가 통장에서 쑥 빠지니 타격감에 얼얼했다. 말일쯤 납부할 주거비 및 각종 공과금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 상향(6.6%→8.8%) 소식도 마음을 어둡게 한다. 먹는 것 줄이고 입던 것만 입어도, 사람들과 ‘랜선’으로만 만나며 웬만하면 칩거한다 해도 기본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은 줄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늘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쓴다’는 삶의 기조를 유지하기에는 이미 기본으로 쓰이는 돈이 상당하다.

그간 글을 쓰거나 워크숍이나 특강을 진행하는 등 ‘용병’으로 쓰이고 수당 받아 근근이 먹고살았다(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 상향 소식이 내게 큰일로 다가온 이유다). 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이 끊이지 않고, 가늘고 길게나마 이어져 온 것은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고, 감사할 일이다. 

고마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만나자고 해서 그쪽 사무실까지 찾아갔는데 막상 상대가 뚜렷한 계획이 없던 적이 왕왕 있다. 마음 맞는 상대라면 의견 나누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어딘지 불쾌한 상대의 얄팍한 호기심만을 채워줬다는 직감을 안고 돌아온 날이다. 역시나 예감은 맞아들어 그런 만남은 일로 연결되지 않았다. 대충 툭 던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이나 메시지 역시 실속 없을 확률이 높다. 주요 골자를 텍스트로 설명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의뢰인은 신뢰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신뢰감이 드는 상대와 충분히 대화가 오고간 일도 엎어질 수 있는 판국에…. 즉 일이 줄어들기는 쉬운데,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인지하는 프리랜스 창작자는 특정 의뢰인의 선택을 받지 않아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욕망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대중의 선택이 창작자에게 보상(광고 수익)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을 불러왔다. 유튜브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대중의 선택으로 보상을 받는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구독’과 ‘좋아요’가 곧 자원이며, 이는 적나라한 수치로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런 구조에서 채널을 ‘성장’시키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전략은 선정적인 이미지의 전시와 속보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특정 진영 결집을 자극하는 화법이 되기 쉽다. 검색으로 유입되는 숫자를 늘리고, 같은 존재를 혐오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낀 이들이 소속감마저 느끼며 팬덤을 형성하길 노리는 것이다. 유튜브 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활발히 유통되는 이유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지만 자기만의 리듬은 잃지 않는, 숙고 끝에 내놓는 의견과 따뜻한 감성으로 구독자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유튜버들이 있다. 존경하고 응원한다. 나는 아마 안될 것이다. 지나치게 경쟁 지향적이고 숨 가쁜 환경에서 쉽게 불행을 느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좀 더 가능성 있어 보이는 것은 웹소설 플랫폼이다. 독자들에게 편당 100원씩 받는 연재소설 중 나를 매료시킨 것이 있다. 비록 클리셰 범벅일지라도 건강한 메시지와 감동이 있었다. 철저히 기획하고 연구하며 문법을 습득한다면 나도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프리랜서로서, 창작자로서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다. 수단에 대해 골몰하다 보면 목적을 잊거나 방향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금 돌아본다. 나는 더는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직접 말하기로 마음먹었고, 널리 알려진 ‘진실’에 반례가 있음을 증언하고 싶었으며, 그 결과물이 흥미롭고 유쾌하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닿지 않더라도, 내가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몇 명에게라도 유익할 수 있다면 보람을 느꼈다. 이런 날들이 앞으로도 가능하기를 희망한다.

이게 개인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상업성에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공공이 제공한다면 서로 간의 오해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콘텐츠들이 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고위 관료 나리의 옷깃을 붙들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 높인 것, 사회안전망으로 되돌려줄 거지요? 지역가입자라 건강보험료 어마무시하게 내고 있어서 사보험 따로 안 들었는데, 훗날 이런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줄 거죠?

<최서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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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