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서 새벽 기차에 오른 사람들은 대개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맨 처음 그들이 눈에 띈 것은 옷차림 때문이었다. 똑같이 짧은 치마에 몸에 꽉 끼는 재킷을 입은 그들은 하얀 패딩을 겉에 걸치긴 했지만 추워 보였다. 범상치 않은 옷차림에 곱게 화장한 앳된 여자 여섯 명이 기차 안 좁은 통로에 줄지어 들어서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공연하러 가나? 아이돌인 건가?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게 아이돌인데, 그들의 얼굴은 낯설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그들은 조용했고,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곧 그들을 잊었다. 그들은 기차 종착역인 남쪽 해안 도시에서 내려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인파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들을 해 질 녘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다시 만났다. 내 옆자리에 앉은 그들은 꽤 지쳐 보였다. 간간이 그들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배고프다거나,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던 이들은 곧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의 동행인 남자가 수원쯤 닿았을 때 그들을 깨웠다. 여기만 끝나면 된다고 하는 걸 보니, 그들은 한밤중에 또 무대에 올라야 할 모양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워 기차에서 내려 어둠이 내린 도시로 들어갔다. 껑충한 치마 아래로 드러난 그들의 가느다랗고 하얀 다리가 안쓰러워 보였다.

얼마 뒤 그들이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걸 그룹이라는 걸 알았다. 그해 겨울 그들의 노래는 어디서든 흔히 들을 수 있었고,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도 텔레비전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무대 의상을 입은 채 기차를 타고 도시를 옮겨 다니지 않을 것이다.

대개의 아이돌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무척 고생한다는데, 요즘 참담한 뉴스에 등장하는 아이돌도 그랬을 것이다.

그는 연습생 시절 거울 앞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무대에 오를 수만 있다면, 내 노래를 알아주는 이만 있다면. 분명 오래전 그의 꿈은 반짝반짝 빛났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빛을 잃은 것일까? 별은 소멸하기 마련이나, 이러한 추락은 참으로 안타깝다.

<김해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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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