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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최근 이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분이 바로 추미애 법무장관이다. 추 장관이 취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다.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비리 혐의자를 참지 못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밑바닥이 다 드러난 조 전 장관이 황급히 사퇴했지만, 수사의 칼끝은 이미 정부의 핵심을 겨누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총선 참패는 물론이고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을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이 선택이 의외였던 것은 그 이전까지 추 장관의 정치 이력에서 남다르게 뛰어난 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희대의 삽질에 동참했던, 현 정부의 실세라 할 친문들이 곱게 봐주기 힘든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 뒤 극한의 고통이 수반되는 삼보일배로 용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의 삼보일배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했기에 표를 얻기 위한 행위였지, 노 전 대통령에게 용서를 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법무장관이 된 추미애는 ‘타고난 법무장관’이란 말이 나올 만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덕분에 공포에 떨던 현 정부 인사들은 이제 한시름 놓았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우리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 지면을 통해 추 장관의 성공비결을 분석해 보는 것은 그의 성공이 법무장관을 노리는 많은 분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직자는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윤석열 총장은 자신이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 결과 윤 총장은 지금 모진 탄압 속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반면 추 장관은 ‘검찰을 때려잡아 정권을 수호한다’는 시대적 소임을 잘 숙지하고 있었기에 취임 직후부터 내내 윤 총장만 닦달할 수 있었고, 한 달 만에 목표의 대부분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룬다.

둘째,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정권수호를 장관 혼자 할 수는 없는 법이라, 자기 뜻을 펼쳐줄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은 고위급 인사에게는 필수적이다. 추 장관에게는 그런 안목이 있었다. 그는 전북 고창 출신의 이성윤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총장을 견제하게 했는데, 이 지검장은 ‘대체 어디서 이런 인재를 데려왔냐?’는 찬사가 나올 만큼 잘해주고 있다. 예컨대 그는 검찰총장이 주재한 선거개입 관련 회의에서 홀로 기소를 반대했다. 그는 절차를 지키자는 취지였다며 기소를 반대한 게 아니라고 겸손해하지만, 상급자인 총장 앞에서 말도 안되는 궤변을 펴며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이에 사람들은 윤 총장이 사퇴해서 추 장관-이성윤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드림팀이 탄생할 그날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인데, 추 장관에게는 상황에 따라 대처를 다르게 하는 유연성이 있었다. 예컨대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자신의 부당한 요구를 듣지 않으면 “항명”이라고 분개한 바 있지만, 신임검사 임관식에 가서는 “검찰조직에 상명하복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문제”라며 “그것(상명하복)을 박차고 나가라”고 말한다. 추 장관의 이런 유연성이 검찰조직에 뿌리를 내린다면, 이성윤급의 좋은 검사들이 다수 배출될 수 있으리라.

넷째, 추 장관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사람이 마음의 빚을 갖게 되면 물불을 안 가리게 되는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추 장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이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잠깐의 실수라도 하게 되면 친문들이 ‘내 그럴 줄 알았다’며 그의 과거를 털 게 뻔하다. 그래서 추 장관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직무에 임한다. 그렇게 본다면 완벽한 이를 선택하기보다는 약간의 흠결을 지닌 이를 데려다 일을 시키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난국을 타개할 인물로 추 장관을 선택한 문 대통령에게도 칭송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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