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검사 세 명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갔다. 말이 사표이지, 이들은 청와대 근무가 끝나면 다시 검사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이런 식의 근무형태를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라 부른다.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검사는 범인을 잡아야지, 왜 청와대에 가 있지? 혹시 청와대가 범죄자들의 소굴인가?’ 이렇게 의심하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청와대가 검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예를 들어 한 검사가 선거 때 국가정보원이 여당에 유리하게 댓글을 단 증거를 포착했다고 치자. 마음먹고 수사하려는데 청와대에 있는 선배 검사가 전화를 한다.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제발 날 봐서 수사를 그만둬주게.” 선배를 유난히 따랐던 정 많은 검사는 결국 수사를 포기한다. 검사가 말을 안 듣고, 친분도 그다지 없다면 어떻게 할까? 해당 검사에 대한 비리를 수집하면 된다. “당신을 꼭 닮은 아이를 서초동에서 봤다.” 강직하지만 비리가 있는 검사는 결국 수사를 포기한다.

1997년 개정된 검찰청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이유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까 우려해서였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검사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미리 사표를 받는 편법을 동원해가며 욕구를 충족시켰다. 노무현 정부 때는 9명이 청와대에 파견됐고, 기록의 산실인 이명박 정부 때는 무려 22명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전원 검찰로 복귀했다. 현 정부는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10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됐다. 남은 기간이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 정부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이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것. 일견 보기엔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비판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판으로, 해당 행위에 대해서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두 번째는 뭘까? “내가 진짜를 보여주겠다”면서 무대 위에 있는 사람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출연자들이 줄넘기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이다보니 누가 더 못하는지 경쟁이 벌어졌다. 그 광경을 한심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김태원씨는 “그게 뭐냐?”며 줄을 건네받았다. 그가 보여준 줄넘기는 관객들은 물론 같이 출연한 분들까지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김태원씨의 핀잔이 그렇듯이 검사 파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비판도 당연히 후자인 바, 이런 걸 가지고 대통령이 변했느니 뭐니 해서는 안된다.


비슷한 예는 한둘이 아니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정권과 친하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보내는 것을 낙하산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낙하산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심지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주씨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가고, 친박 핵심인 73세 할아버지가 마사회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을 비판한다. 이것 역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건 진정한 낙하산이 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라이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범 2년간 245명의 낙하산을 내려보낸 데 비해 박 대통령은 같은 기간 318명인 것을 보면, 향후 50년간 깨지지 않을 기록을 세울 것 같지 않은가? 군인 출신 아버지를 둔 분이 낙하산을 싫어할 거라는 가정도 애당초 말이 안됐다. 담뱃값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박 대통령은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려는 정부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반대하는 것 같지만, 헷갈리지 말자. 박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한 진의는 ‘서민들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하려면 획기적인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올해 들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것은 그러니까 10년 전부터 별렀던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인사를 비판했던 것도 ‘진정한 인사 참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다짐이었다. 현 정부 들어 인사문제가 화두가 되는 건 그런 의미에서 당연하다.

한 사람을 비판할 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변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 물론 이 말이 그리 좋은 말은 아니다. 나 역시 “뜨더니 변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하지만 남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사실이 아님에도 변했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내가 알기에 박 대통령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에겐 변했다는 말보다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더 치명적인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