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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녹색세상

섞여야 강하다

경향 신문 2022. 5. 20. 10:10

보헤미안 지수(Bohemian Index). 새 정부를 이끌어갈 각료들의 인사가 진행 중이고, 곧 지방선거를 앞둔 와중에 뉴스를 보다보면 이 단어가 종종, 아주 많이 떠오른다. 이 지수는 특정 지역에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도시의 창조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20년 전에 직접 고안했다. 2000년 밀레니얼을 기점으로 탈산업사회를 지나 IT 기반의 지식경제가 펼쳐지면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 연구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작가, 디자이너, 가수, 작곡가, 댄서, 배우, 감독, 화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지역이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술가는 신기술과 대극일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플로리다 교수는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성(Tolerance)이라는 3T의 관점에서 도시의 발전을 고찰하였다. 기술 기반이 높고, 창의적인 인재가 많으며, 관용도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도시가 더 발전한다는 것인데, 핵심은 포용, 관용, 개방의 문화가 자유로운 영혼들을 불러들이고, 그 이합집산 속에서 생각지 못한 신기술을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지금 지구는 요동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지구 환경이 심상치 않다. 세계기상기구(WMO)가 18일 발표한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4대 핵심 지표인 온실가스, 해수면, 해수 온도, 산성도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악화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고, 해수면은 연평균 4.5㎜씩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배출된 탄소를 해양이 흡수하는 까닭에 탄소배출 증가에 비례해 해수 온도와 해양 산성화도 악화일로다. 계속 배출하다가 더 이상 바다에서도 흡수를 못하게 되면 지구의 자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에게 닥칠 일은 식량 부족과 상상을 초월한 자연재난이다. 모든 데이터가 멸종에 가까운 재앙을 가리키고 있다. 지구가 불타는데 한반도만 안전할 리 없다. 불타는 지구에서 국가의 안보와 경제발전과 미래세대의 안녕을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할까.

우리 새 정부의 성공을 빈다.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는 반지성을 경계하고 과학에 기반한 정책을 세우겠다는 선언에 기대가 크다. 어떻게 보면 정치인도 일종의 창조업 종사자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과거의 모든 재난과 실패도 훌륭한 지도자와 국민이 함께 극복해 왔다. 결국 사람의 일인데, 이제는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감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집단지성의 힘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거대한 창조력이 필요한 때이다. 각료는 대통령의 페르소나들이다. 서울대 법대, 검찰 출신, 남성 위주의 면면을 보자니 초절정 엘리트임에는 틀림없으나 다양성, 포용성, 개방성과는 거리가 먼 동질집단이다.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현재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고. 그걸 가장 경계하라고. 인류 역사가 입증한 종족 보존의 법칙 또한 명확하다. 섞여야 강하다, 잡종강세!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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