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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 1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녹색당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을 지적하고, 예산낭비 사례들을 폭로하며, 그간 저질러온 비리와 잘못들에 대해 고발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정치 불신을 더 부추기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 정치 혐오는 이미 극에 달한 지 오래다.

이런 정치 혐오, 정치 불신을 누가 만들었는가? 거대정당들이 장악한 국회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자기들끼리 연봉을 정하고,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국민들에게는 그것을 감춰왔다. 그래서 지금은 문제를 햇빛에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권 폐지는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국회다운 국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국회 앞에 자리를 잡으니,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공무원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고된 분들이 집회를 했다. 해고된 지 벌써 15년이다. 해고자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복직특별법안이 심의되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그러나 소위원회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장애인단체들이 예산 확보를 요구하러 왔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문제 때문에 1인 시위도 벌어진다. 토건사업에 쓸 돈은 넘쳐나도, 사람에게 쓸 돈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온갖 특권을 누린다. 어떻게 정치를 불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특권 폐지·선거제도 개혁이 답이다. 문제는 의석수이다. 특권을 폐지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10% 늘리는 것은 현재의 국회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해 6400억원인 국회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640억원을 삭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당한 특권과 예산낭비를 없애고, 1억5000만원이 넘는 국회의원 연봉을 삭감하고, 9명의 개인보좌진을 7명 수준으로만 줄이면 될 일이다. 이렇게 한 다음에 국회의원 30명을 늘려도, 들어가는 돈은 200억원이 채 안된다. 440억원 정도는 순삭감도 가능한 것이다.

국민세금 440억원을 절약하면서 국회의원 30명을 늘릴 수 있다고 하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렇게 하면 얼마나 감동적인 정치개혁이겠는가?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의원 숫자를 안 늘리더라도 특권 폐지는 필요한 것이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권 폐지가 중요한 이유는, 진짜 국가공동체를 위해 일할 사람만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 할 정책활동보다 국회의원이 되어 누릴 특권과 위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스웨덴 같은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우리보다 적은 연봉에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특권 폐지를 하면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향이지만, 설사 의원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특권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의 플랜 A, B, C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고 의석수를 330석으로 늘리는 것이 플랜 A이다. 현재 국회 예산의 10%를 줄이고, 국회의원 숫자를 30석 늘려도 국회 예산은 오히려 440억원 정도 줄어든다. 그리고 330석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80석으로 배분하면 된다. 그러면 농어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지 않고도 선거제도 개혁을 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플랜 B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지역구 240석 대 비례 60석 얘기도 나오고,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 얘기도 나온다.

사실 ‘지역구 대 비례’ 비율보다도 중요한 것이 ‘연동형’이냐 아니냐이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은 여기에서 결판이 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만약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하더라도, 온전한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면 비례성은 더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하고 싶으면 ‘준연동형’이 아니라 ‘연동형’을 채택하면 된다. 그것이 개혁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플랜 C도 있다. 그것은 현행 300석을 지역구 250석 대 비례 50석으로 나누고 ‘준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도 비례성은 개선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국민들에게 개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여권의 입법부 장악 시도”라는 자유한국당의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래서 플랜 B, 플랜 C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나 국회의원 특권 폐지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개혁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민심을 더 공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로 바꾸면서 특권까지 폐지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가짜뉴스가 판쳐도 국민 여론은 우호적으로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여당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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