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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전해들은 한 선녀가 신랑감을 구하러 계곡물을 찾아왔다. 옷을 벗어놓고 목욕을 하면서 나무꾼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무꾼 등장. 얼래, 흘깃 선녀를 보기만 하곤 그냥 지나침. “나무꾼님! 왜 제 옷은 안 훔치시나요?” “아~ 넵. 저는 은도끼 금도끼에 나오는 그 나무꾼입니다요.” 허걱. 요새 나무꾼들은 산을 죄다 파헤치고 집들을 짓느라 선녀님도 관심 밖. 폭우에 쓸린 개울은 위태로운 곳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동네도 집중호우에 피해가 컸다. 개울가 길이 끊기고 물탱크도 고장 나서 며칠 마실 물은 물론 씻지도 못했다. 산을 조금만 올라가면 기존 마을과 인연 없이 펼쳐진 신흥 전원주택단지. 빗물 토사가 덮쳐 당분간 집짓기는 틀렸겠더라.

앞으로 선녀들은 독신으로 사는 편도 괜찮겠다. 지상에는 저 옛날 착한 나무꾼이 더는 없다. 탐욕스러운 땅장사와 집장사들로 경치 좋던 산골은 마구 파헤쳐졌고, 가재가 살던 개울도 시멘트 도배가 되었다. 한때 선녀가 살던 오두막집. 장대비가 그치자 할매의 단속곳과 몸뻬가 내걸린 빨랫줄에 잠자리가 쉬다갔다. 입추가 지났음을 잠자리가 맨 먼저 알려준다. 바깥일을 보고 돌아올 때 생수 통을 잔뜩 사갖고 왔다. 한라산 삼다수도 있고 백두산 선녀만 있으면 딱이겠구먼 그랬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어느 골짜기 숲을 지나서 단둘이 처음 만났죠. 하늘의 뜻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하면서 행복이라는 봇짐을 메고 눈부신 사랑을 했죠.” 김창남의 노래 ‘선녀와 나무꾼’을 부르며 “우~아! 우~아!”, 있는 힘껏 삽질을 하면서 망가진 밭을 복구했다. “선녀를 찾아주세요. 나무꾼의 그 얘기가 사랑을 잃은 이내 가슴에 아련히 젖어오네요.” 수해를 딛고 다시 선녀가 찾아오는 골짜기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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