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일회용품 사용, 이젠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이야기 하나. 얼마 전, 딸아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족발 만들 실력은 못 되니 외식을 해야 했다. 예전에 배달시켰을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서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직접 가서 먹자는데 한사코 집에서 먹겠단다. 하는 수 없이 전화로 주문하면서 그릇을 가져갈 테니 포장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가방 둘에 넣어 가게로 갔다. 

가게에선 규격화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더 품이 들어 보였다. 번거롭단 내색 없이 까다로운 손님 비위 맞추느라 수고하는 가게 분들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일하느라 바쁜데 성가시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라도 줄여야지 싶어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렀다. 웬걸, 가게 주인이 덕분에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음료 하나를 건넸다. 집에서 음식을 펼쳐 놓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냥 배달시켰다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을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둘. 이제 나이가 들어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잦다. 재작년엔 상을 치르기도 했다. 문상을 가면서, 또 조문객을 맞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컵 등 1회용품 때문이었다. 상에는 아예 비닐 커버 수십 장을 깔아두고 손님이 한 차례씩 바뀔 때마다 비닐 커버를 하나씩 벗겨낸다. 심지어 비닐 커버를 보자기처럼 사용해서 상 위에 놓여 있던 일회용기들을 싸서는 한꺼번에 버리기도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걸 1회용품으로 하게 된 걸까? 어디서나 마주하게 되는 이런 장례문화,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 걸까?

플라스틱·목재 등 쓰레기들이 4월2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주 더반 항구 주변에 쌓여 있다. 이 지역에 최근 홍수가 나면서 해안을 따라 쓰레기들이 흘러들었다. 당국은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섰다. 더반 _ AFP연합뉴스

환경부 추산으로 장례식장 한 곳에서 한 해 평균 밥그릇과 국그릇 72만 개, 접시류 144만 개 이상의 1회용품을 쓴다 한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접시류만 연 2억1600만개, 756t으로, 국내 유통 1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에 해당한단다. 정부는 2014년 3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조리·세척시설이 있는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했지만 유족이 장례용품을 사거나 상조회사의 제공을 받을 때는 예외로 해서 실제 별 효과가 없다.

이야기 셋. 지난해 10월 어느 날, 통영 앞바다를 방문했다. 첫날 한국환경사회학회 가을학술대회를 한 후 이튿날 학회 회원들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속한 마을 분들이 함께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에 나섰다. 일부는 뭍에서 작업했고, 일부는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 방화도,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배를 매복시켜 둔 섬이란다. 현재 무인도인 그 역사적인 섬에 내려보니, 해안이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 범벅이었다. 더 놀라운 건 발을 디딜 때 해안가 모래밭이 푹신푹신하게 느껴졌다. 양식할 때 사용한 스티로폼 부표가 파도와 바람, 햇살을 받아 부서진 것이 태풍 때 파도를 타고 섬의 해안에 쌓인 탓이었다. 값싸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해산물 양식이 이런 해양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우리가 지금 알게 모르게 지향하는 가치, 우리 삶에 배어 있는 가치가 아닌지. 그래서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단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1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1회용품 남용의 시대가 온 게 아닌지. 세상의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게 되어 있다.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공짜 점심을 부담 없이 즐기는 소비문화 속에 살고 있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소비문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삶을 옥죌 것이다.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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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