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에는 참 많은 상징이 있습니다. 우선 목(木)기러기가 있지요. 기러기는 짝을 잃어도 다시 구애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혼례 전 기럭아범에게 목기러기 한 쌍을 들려 보내 마지막 청혼이자 맹세를 합니다. 맞절하기 앞서선 손도 씻습니다. 마음에 누굴 담았고 어떻게 살았든 이제는 저 사람과 새 출발이니 다 잊고 손 씻으라는 것이지요. 또한 초례상 위에는 소나무 가지를 꽂아 둡니다. 오래도록 푸르게 살며 두 가닥 맞붙어 돋는 솔잎이 말라 떨어질 때도 같이 붙어 떨어지듯 해로동혈(偕老同穴·같이 늙고 같이 묻힘)을 하라는 말입니다. 폐백 때는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와 밤이 던져집니다. 대추마다 씨앗이 하나이듯 바람피우지 말고 한 군데만 씨 뿌리고, 밤송이 하나에 밤알이 셋씩 들었듯 둘이 만나 셋은 낳아 자손 번창하라는 거죠.

이런저런 복잡한 의식을 마치고 나면 날이 저뭇해지고(남과 여, 양과 음, 낮과 밤이 만나는 초저녁 맞춰 올렸으니까요) 이제 두근두근 꽃잠입니다. 단꿈에 취해 이런저런 베개맡 맹세를 합니다. 손에 물 안 묻히게 해주겠다, 감추는 거 없이 살자, 당신보다 사흘만 더 살다 죽겠다며 이불 속에서 손을 꼭 잡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그대를 속이듯 결혼한 사랑은 금세 지치게 마련입니다.

부부가 함께 기대며 살아간다는 속담 ‘평생 지팡이’가 있습니다. 사람을 탓하고 형편을 탓하고 팔자를 탓하며 애 하나로 참고 살다가 탓할 힘도 없을 때나 가서 ‘나 아니면 누가’ 그제야 짚으라 어깨 내어줍니다. 그러나 살림과 육아, 생계와 가족 갈등 앞에서 혼자 애쓰게 하지 않는 것, 내가 안 하면 저 사람이 하고 내가 닦달하면 저 사람 어깨가 굽는다 여기는 것, ‘나 아니면 누가’로 항상 손 내어주는 것이 진짜 지팡이입니다. 삶의 무게 분산하라고 나 힘들어도 지팡이 건네주는 게 평생 부부입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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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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