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석을 만들자면 못을 새빨갛게 달군 뒤 식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磁氣)를 쉽게 띠는 철, 무른 철, 연철(軟鐵)이 되기 때문이죠. 연철은 철사만큼은 아니지만 간단한 연장으로도 쉽게 휘어지지요. 이 연철의 순우리말이 ‘뜬쇠’입니다. 이 뜬쇠가 나오는 속담이 ‘뜬쇠도 달면 어렵다’입니다. 온순하고 잘 참는 사람이 한번 화나면 더 무섭게 화를 낸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인두나 다리미가 잘 달궈지지 않는 것도 ‘뜨다’라고 하는데, 철은 빨리 달궈지지 않지만 달아오르면 무섭게 이글거립니다.

속담에는 늘 숨은 맥락이 있습니다. ‘뜨다’에는 ‘굼뜨다’ ‘둔하다’ ‘입이 무겁고 말수가 적다’ 같은 뜻이 있습니다. ‘뜬쇠’를 사람 별명으로 보면 ‘쇠’가 들어가니 마당쇠, 먹쇠처럼 서민이거나 아랫사람일 겁니다(‘구두쇠’처럼 남을 얕잡아 부를 때도 ‘-쇠’를 붙입니다). ‘뜬쇠’니 굼뜨거나 무던한 사람의 별명이겠지요. 동네마다 한 명씩 있던 ‘바보형’처럼 누가 뭐래도 배알 없이 히죽거리고 맙니다. 욕 듣고도 부처님이요, 때려도 예수님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습성은 못됐습니다. 그럴수록 반응 한번 보자고 더 괴롭힙니다. 반응할 때까지 수위를 자꾸 올립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느 때, 아차! 싶게 뜬쇠의 얼굴이 심상찮게 시뻘겋습니다. 

참는 데도 한도가 있다는데 뜬쇠들은 남들보다 한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부탄가스통이라면 뜬쇠들은 프로판가스통이라서 터졌다 하면 일대가 다 끝장납니다. 아랫사람이라고, 무르고 만만하다고 인격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지 마십시오. 참다 참다 터지면 크게 덴겁하고 여럿 다칩니다.

 무던한 사람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뜬쇠 자신도 모릅니다. 잘못 건드렸다 싶으면 이미 일 났습니다. 사생결단 전까지는 무슨 수로도 달래고 무마할 수 없습니다. ‘어렵다’ 뜻에는 ‘불가능’도 있습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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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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