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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들고 괭이 메고 뻗어가는 메를 캐어 엄마 아빠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햇볕은 쨍쨍’ 2절입니다. ‘메’라는 식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릿고개 막바지에는 쫄면 굵기로 길게 뻗어나가는 메 뿌리를 캐서 모자란 밥 대신 날로 먹고 찧거나 가루 내서 쪄내고 국 끓여 먹었지요. 메는 약용식물로도 쓰이니 잡초치고는 꽤 고마운 풀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사꾼들에게 대부분의 잡초란 고맙기는커녕 이런 원수가 따로 없습니다. 여름지이(농사) 가운데 가장 힘든 게 바로 잡초제거, 즉 김매기니까요. 김 한 번 매봤다면 다들 땡볕에 허리가 골백번은 끊어져 봤을 겁니다.
메와 달리 대부분의 여름 잡초는 못 먹을 풀들 천지입니다. 애초 농작물이 덜 자랐을 때 미리 났더라면 쉽게 솎아내기라도 했을 텐데, 부쩍 키 자란 작물 사이로 돋으니 행여 작물 다칠세라 김도 팍팍 못 맵니다. 음력 5월 초여름.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뜨거운 지열에 숨은 헉헉 차오릅니다. 캐고 뽑고 뜯으며 앉은걸음으로 한참 매다 돌아보니 작아서 못 보고 지나친 잡풀이 새로 돋은 듯, 그새 더 자란 듯이 뒤로 즐비하게 솟아나 있습니다.
속담에 ‘먹지도 못할 풀이 오월에 겨우 난다’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뜻은 ‘미운 사람이 더 미운 짓을 한다’지만, 이 속담에서 뜻하는 미운 짓은 ‘굼뜬 짓’을 말합니다. 바쁘다고 어서 나오라며 동동거리는데 가기 싫어서 채비만 한세월입니다. 서둘러야 저물기 전에 다 맨다 채근하는데도 미적미적 저 뒤에서 하기 싫은 호미질입니다. 꽁무니에 불붙은 양 다들 뛰어다니는데 혼자 궁둥이 끄응 겨우 뗍니다. 안하고 싶다 겨우겨우 하는 밉상 느리광이가 어디나 꼭 있습니다. ‘손 하나가 아쉬워 참지만 이번 일만 끝나봐라!’ 다들 눈에 호미 끝 뾰족하게 세웁니다. 뭉그적대는 저 궁둥이걸음을 콱 찍어서 바퀴의자째 들어내고 싶어서 말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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