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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속담말ㅆ·미]시렁 눈 부채 손

경향 신문 2019. 3. 19. 13:30

안고수비(眼高手卑)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형편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으로는 ‘시렁 눈 부채 손’(또는 ‘실없는 부채 손’)이라고 하죠. 시렁은 옛날의 선반으로, 눈보다 한참 높아 키 작은 사람은 까치발을 해야 겨우 손이 닿았지요. 그러니 ‘시렁 눈’이라 함은 안목이 자기 주제보다 높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손은 또 ‘부채 손’입니다. 안타깝게도 안목만큼은커녕 남들만큼도 못하는 물갈퀴같이 조악한 손재주를 타고난 겁니다.

무엇이든 생각하고 마음먹은 대로 뚝딱 그리고 만들어내는 손을 요즘 금(金)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채 손’처럼 망치기만 하는 손을 금-은-동 해서 동손, 아니 똥손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림에 똥손이라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세상 제일 부럽고, 셈도 느려서 암산 척척 계산기 타다닥 두드리는 사람이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누구는 타고난 제 눈썰미와 기막힌 정리 능력에 탄복하며 어쩜 그렇게 전기며 배관, 도배에 기계와 컴퓨터 수리까지 못하는 게 없고, 흐트러짐 없는 책상을 늘 유지할 수 있느냐 궁금해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

답은 하납니다. “잘!”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고 그냥 잘하는 게 바로 재주죠. 우리는 늘 남이 가지고 내가 못 가진 능력을 부러워하며 낙심합니다. 그것이 유행하고 인기 있을수록 못 가진 그것이 더더욱 부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분명 있습니다. 노력해서 다 되면 세상에 천재가 왜 있겠습니까. 최근의 연구 결과도 ‘1만시간의 법칙’은 터무니없다며, 타고난 천재는 결코 못 따라잡는다 하죠. 그래서 요즘 그러잖아요.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듯, 손발만 좋아서 머리는 고생할지 누가 또 아나요. 유행이 돌고 돌듯 빈천하다 여긴 내 것도 갈고닦으면 때를 만나 재주꾼 될 날이 있을 겁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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