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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먹이, 짝, 사회적인 지위처럼 생존에 유리한 보상을 추구한다. 효용이 큰 보상을 잘 획득하는 개체 또는 종족일수록 번성하기 유리해진다. 보상을 추구하는 행위와 관련이 깊은 뇌 속 물질은 도파민이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예상보다 큰 보상이 주어질 때 발화해서, 예상보다 큰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을 실행하고(동기), 나중에도 이 행동을 실행할 확률이 높아지도록(학습) 이끈다. 그래서 도파민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학습된 행동을 오래 반복하면 습관이 되는데 도파민은 습관의 형성에도 관여하고 있다.

메틸기가 붙어 뭉치고(왼쪽), 아세틸기가 붙어 흩어진 뉴클레오솜들. 위키미디어 커먼스

■ 도파민과 중독

동기 부여, 학습, 습관의 형성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갈구, 반복, 습관화와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인지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마약류 약물들은 모두 도파민 회로에 작용한다. 특히 코카인과 암페타민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분비된 도파민을 회수하는 과정을 방해,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도파민 농도를 직접 높인다. 마약성 약물들은 장시간(예: 1시간)에 걸쳐 서서히 올라갈 때보다는 단시간(예: 10분 이내)에 흡수될 때 중독 위험이 커진다.

빠른 속도로 농도가 높아진 도파민은 이런 상황을 유발한 행동(중독성 물질의 섭취)이 일어나게 하고, 다음에도 이 행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도록 시냅스의 세기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 코카인을 예로 들어보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이중 나선은 핵 안에 아무렇게나 욱여넣어져 있지 않다. 그림처럼 히스톤이라고 하는 단백질을 1.75바퀴씩 감고 있는데, 히스톤과 히스톤을 감고 있는 DNA를 뉴클레오솜이라고 부른다. 세포 안쪽은 물이 많은 환경이기 때문에, 히스톤에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가진 메틸기를 추가하면 뉴클레오솜끼리 뭉쳐서 물과의 접촉면을 줄인다. 이렇게 뉴클레오솜들이 뭉치면 안쪽에 있는 유전자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져서, 안쪽 유전자들은 좀처럼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는다(왼쪽 그림 참고). 반면 히스톤에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진 아세틸기를 추가하면 뉴클레오솜들이 흩어져서, 이 근처의 유전자들이 발현되기가 쉬워진다 (오른쪽 그림 참고). 이렇게 히스톤에 메틸기나 아세틸기를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서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조절된다. 코카인은 측좌핵 등 몇몇 영역에서 유전자 발현 패턴을 조절하고 시냅스의 세기를 변화시켜, 중독된 물질을 연상시키는 자극(예: 주사기)을 보았을 때 갈망이 일어나고, 중독된 물질을 섭취하는 행동이 습관처럼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만든다.

■ 적응하는 뇌

뇌는 평생토록 변화하는 기관이며 적응력이 대단히 탁월한 기관이다. 움직임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지고 동작이 느려지는 질환인 파킨슨병을 예로 들어보자.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갈 때 생긴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움직임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없어지면 움직임을 시작하거나 빠르게 움직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놀랍게도 파킨슨 증상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약 80%나 사라진 뒤에야 나타난다. 도파민의 감소에 맞춰 신경계가 적응하기 때문에 도파민 세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때까지도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중독성 물질을 섭취해 도파민의 농도를 급격히 올리는 경우에도 뇌는 탁월한 적응성을 발휘하여 항상성을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 결과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긴다. 나는 카페인 중독이어서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고 멍하고 짜증이 난다.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창 바쁠 때는 잠을 줄이려고 커피를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내성이 생겨서 아무리 마셔도 예전만큼 잠이 깨지 않고 피곤하기만 한 상황에 처하곤 했다. 이럴 때 갑자기 커피를 뚝 끊으려고 하면 금단증상 때문에 끊기가 어렵다. 조금씩 양을 줄이면서 뇌가 적응하게 하는 쪽이 훨씬 더 수월하다. 반 잔을 줄이고 일주일 정도 적응하고, 다시 반 잔을 줄이고 일주일 정도 적응하는 방식이다. 불편하다고 도중에 섭취량을 더 늘리지만 않는다면 이런 방식으로 비교적 쉽게 커피를 줄일 수 있었다.

■ 얄팍한 의지와 다채로운 보상

담배도 끊기 어렵기로 악명 높지만, 중독성 마약류는 정말 끊기 어렵다.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이 감소해서, 약물에 대한 충동을 자제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원시 시절부터 진화한 보상 체계가 마약에 속아서 중독되므로 문명인의 지성과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중독되지 않은 대다수 현대인들도 의지가 약하다. 3일 만에 새해 다짐을 포기하는 일을 수십년째 반복하고 있으며 다이어트에 종종 실패한다. 그래서 박약한 의지를 더 약하게 만드는 중독성 물질은 호기심에라도 시도하지 않는 쪽이 속 편하다.

요즘에는 도박, 게임, 쇼핑, 만화, 폭식에 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행동도 중독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으며, 실제로도 약물 중독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약물이든 비약물성 중독이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기 쉬우며, 한시적으로 멈췄다가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하면 재발되기 쉽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도파민은 보상을 추구하는 회로다. 보상이라고 하면 흔히 감각적인 쾌락만을 떠올리지만, 성취감, 희망, 이해받고 통하는 느낌, 자연에 대한 교감, 안전 등 여러가지가 삶에 동기를 부여하고 색채를 더하는 보상이 된다. 생명체는 자신에게 유익한 보상을 추구하며 진화해왔다. 심지어 어리석어 보이는 쥐조차, 달기만 하고 칼로리는 없는 사카린에 대해서는 설탕에 대해서만큼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기뻐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에서는 중독도 줄어들지 않을까.

<송민령 |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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