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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SF영화에나 나오던, 생각으로 기계를 조종하는 칩, 각종 인공지능 서비스, 증강현실은 더 이상 SF가 아니다. 현실이다. 이미 20만명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 장치를 이식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며, 2030년이 되면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신경활동을 읽고 조절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뇌 해킹, 기술 접근의 평등성, 개인정보 보호, 기기가 오작동했을 때 누구 책임인지 판단하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들은 기술 개발 및 그 혜택의 확산에 힘쓰는 한편, 기술의 잠재적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거대 뇌과학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나라마다 프로젝트의 초점과 윤리 문제를 고려하는 방식이 다르다.

먼저, 미국은 2013년부터 2025년까지 BRAIN 이니셔티브라는 거대 뇌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신경계의 구조와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신경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뇌과학 연구도 진척시키려고 한다. 뇌를 이해하려는 과학 연구를 진흥하려고 공학을 지원한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탄하게 되었다. 첫째, 신경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뇌과학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신경기술의 일부는 안전성 검사와 개선을 통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다. 셋째, 앞의 두 이유 때문에 장롱 특허가 아닌, 높은 경제성을 가진 기술 특허가 많이 나왔고 유관 산업도 성장했다.

‘과연 휴먼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먼게놈 프로젝트 덕분에, 유전정보를 읽어들이는 기술 및 이를 활용한 산업, 관련된 학문(예: 생물정보학)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BRAIN 이니셔티브는 2018년부터 신경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고, 뇌과학과 신경윤리학의 통합에 힘쓰고 있다. 뇌과학과 신경윤리학자들의 만남과 교육을 통해 두 분야 간 신뢰와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법이 거론됐다.

유럽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라는 뇌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정보기술과 신경모방 기술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제까지 알려진 지식을 모아 뇌를 시뮬레이션하고, 신경모방 기술, 의료정보학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뇌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고, 신경계를 모방한 기술(인공지능, 칩, 로봇 등)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슈퍼컴퓨팅 기술, 데이터 집약적인 기술의 활용, 신경질환의 개인맞춤형 치료도 진전되리라 기대되고 있다.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윤리적인 고찰과 통합을 하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사회적인 가치와 윤리에 대한 고려가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포함돼 있다. 처음부터 사회의 필요와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프로젝트 진행 중간에도 예상되는 문제가 있으면 추가 기술 개발과 제도 마련으로 대비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문하고, 논의하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과연 과학혁명을 디딤돌 삼아 민주주의를 발명해낸 사람들답다 싶었다.

기술이 야기할 문제를 뒤따라다니며 수습하는 대신, 처음부터 가치를 중심에 놓는 유럽과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실라 재서노프(Sheila Jasanoff) 교수도 이야기한 바 있다. 재서노프 교수는 케네디 스쿨에 과학과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프로그램을 창립하고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올해 신경윤리학회에서, 왜 바리케이드 뒤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먼저 논의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녀에게 각국 정부와 시민이 대치관계이던 과거와 달리, 거대 다국적 기업과 시민 사이의 대결이 이제는 더 중요해졌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재서노프가 할머니처럼 친절해서인지 나한테는 이렇게 들렸다. “얘야, 그건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해. (시민이 정부를 다스리는 지금의 제도도 그렇게 만들어졌단다)”라고.

송민령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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