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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자꾸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이다. 새파란 하늘, 깨끗한 구름, 눈부신 햇살, 서늘한 바람….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청명함을 누릴 수 있는 날이 1년에 얼마나 될까 싶은 마음이 들도록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나긴 장마와 푹푹 찌는 더위에 힘겨워하던 시간이 언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를 정도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나직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뭇잎 사이 정다운 불빛 아래 마냥 걷고 싶은 날들이다.

어떤 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애국가 구절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공활(空豁)은 텅 비고 확 트여서 매우 넓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맑은 하늘에서 그야말로 거칠 것 하나 없이 형통한 모양을 보았다. 주역의 대축(大畜) 괘는 크나큰 하늘이 산중에 있는 모양이라 내면에 학문과 인격을 온축한 사람을 상징한다. 그 맨 위에 놓이는 양효를 천구(天衢)로 풀었는데, 이는 공활한 하늘의 모습을 사통발달의 큰길에 비유한 말이다. 훗날 활짝 열린 벼슬길을 상징하는 표현으로도 사용돼 왔다.

애국가에서 공활한 가을하늘 다음에 바로 “밝은 달은 우리 가슴”을 이야기하는 것은 왜일까? 달은 매일 뜨고 보름달 역시 매달 차오르지만, 한가위가 있는 가을날 뜬 보름달이 유독 더 밝게 느껴진다. 특히 비구름이 걷히고 맑게 갠 하늘에 불어오는 바람과 밝은 달, 즉 광풍제월(光風霽月)은 주돈이의 깨끗하고 시원스러운 인품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된 이래 많은 선비들의 이상이 되어 왔다. 이 계절, 가을하늘의 밝은 달처럼 넉넉한 가슴을 그려볼 일이다.

하지만 청명한 가을하늘과 달리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다가오는 한가위에 멀리 사는 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선인들은 달을 바라보며 멀리 고향에서 이 달을 보고 있을 가족을 그렸다. 어렵지만 비대면 시대에도 사랑의 방법을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큰 온축은 멈추지 않고는 이룰 수 없음을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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