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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향신문엔 봄바람처럼 살랑이는 사내 화젯거리가 있다. 아빠기자들의 잇단 육아휴직 소식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3명이 휴직에 들어간다. 자녀를 2~3명 둔, 입사 11, 12, 18년차 아빠들이다. 하반기에도 몇 명 더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올해는 경향신문에 ‘아빠 육아휴직 러시’가 본격 시작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아빠 육아휴직. 저출산 추세 속 최근 몇 년 새 부쩍 자주 등장하는 뉴스다. 1988년 여성노동자들에 한해 마련됐던 육아휴직제도는 2001년 남녀 모두에게 확대됐다. 2014년 일명 ‘아빠의 달’을 도입한 이후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4년 3421명에서 2018년 1만7662명으로 4년 새 5배 이상 늘었고,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도 4.5%에서 17.8%로 급증했다.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숫자에 드러나지 않은 현실은 무겁다. 2018년 12월 기준 경제활동인구 중 20~30대 남성취업자가 517만명가량이란 걸 감안하면 남성 육아휴직자 1만7000여명은 전체 수요자 중 0.3% 남짓으로 추정된다. 또 2018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의 58.5%가 대기업 노동자란 사실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중소기업 노동자가 90%에 육박하는 현실에 비춰 심각한 불균형이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안 쓰거나 못 쓰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남성들은 육아휴직 결정 시 재정적 어려움, 진급 누락 및 인사고과에 부정적인 영향, 직장 동료나 상사들의 눈치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원주주 회사’인 경향신문은 사원 대부분이 노조원이자 주주인 만큼, 경영진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같이하게 된다. 회사는 남녀 할 것 없이 젊은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계속 가게 되니 이에 대비해 상시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답이다.

그런데 답답하고 속이 탄다. 자발적으로 잘 지키는 회사만 비용이 늘어날 판이니 어떤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까 싶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대책을 따로따로 만들지 말고 하나로 묶어 고민했으면 한다. 남녀 육아휴직 수요자 대비 실질 육아휴직자 비율 공개를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가는 만큼 일자리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정부 프로젝트 수주에 가점을 주거나 청년일자리 예산으로 인건비 지원을 할 수도 있고, 표준화된 업무라면 인력풀을 만들어 대체인력을 공급하되, 불안정성을 더 많은 급여로 보상하는 것도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책상머리에 앉아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업종, 업체마다 다른 사정에 맞춰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 육아휴직 관련 기업에 대한 지원은 육아휴직자 1명당 우선지원대상기업(중소기업)에 월 30만원, 대체인력을 사용했을 때 대기업엔 월 30만원, 중소기업엔 월 60만원씩 주는 게 전부다. 그러나 소위 좋은 일자리일수록 상시 충원이 바람직하다. 육아휴직 기간 비정규 대체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도 맞지 않고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기계가 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에 청년들을 더 많이 고용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넣고 대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는 대신 육아휴직과 관련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공무원 육아휴직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육아휴직은 무조건 결원 처리돼 충원된다.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승진 누락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의 육아휴직 비율은 2017년 기준 10.4%, 이 중 남성이 22.5%라고 한다. 교육공무원은 제외한 통계이니 실제 비율은 더 높을 듯하다. 지난 25일 행정안전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방공무원 선발 계획을 발표하며 이유 중 하나로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에 따른 육아휴직 등의 증가”를 들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공무원 휴직 예산 몇 분의 1이라도 납세자들에게 쓴다면 육아휴직, 일자리 창출, 저출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젊은 아빠들을 중심으로 ‘부모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직접 보며 육아에 동참하고 싶다’ ‘회사일만 하느라 집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는 목소리다. 최근 많이 생기고 있는 ‘직장맘 상담센터’들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직장대디’들의 부모권 요구에도 귀를 열고, 육아하는 아빠들을 위한 장소 마련과 고충 상담 등 ‘함께하는 육아’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남자후배들의 육아휴직을 환영하고, 응원한다. 아빠들이 편견 속에서 용기를 내고, 정부도 전향적 정책들을 검토한다면, ‘더 이상 아빠 육아휴직이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 ‘육아휴직을 안 가는 부모가 이상한 사회’는 앞당겨질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 잘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송현숙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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