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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지면게재기사-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기업이 외면하는 사이 그 피해의 중심에서 살아갈 10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툰베리 연설은 환경운동의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그가 변화를 외친 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친환경을 앞세운 수소자동차 밀어붙이기가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로 브레이크 없는 급가속 채비를 마련한 것이다. 수소에너지가 ‘궁극의 친환경’이라는 이 허황된 구호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가는 굳이 따지지 않는다. 수소사회를 대한민국을 구할 미래과학이라 포장하는 이들이 일반인의 기본적 상식에 비춘 몇 가지 물음에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다는 따위의 얘기는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꼴찌인 나라에서 하지는 말자. 수소가 자동차의 주 연료인 석유보다 최소한이나마 친환경이려면 물의 전기분해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른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의 수소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부생수소도 석유산업에서 생성되니 소위 말하는 친환경은 아닐뿐더러 지금과 같은 화석에너지임에는 변함없지만 말이다. 수소사회를 얘기하는 이들은 부생수소를 마치 버려지는 에너지인 것처럼 말한다. 여기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이다. 그 석유화학산업 공정 중에 수소가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그걸 이용해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전기가 필요한 그곳에서 즉시 전환해 사용하지 않고 온갖 복잡한 기계장치를 만들고, 또 다른 과도한 화석에너지와 운송비를 들여 자동차에 옮겨 전기를 만들어 써야 할까? 수소가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발전을 한다면 온갖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뿐더러 2040년에야 실현된다고 하는 규모의 경제를 당장 실현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로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왜 굳이 힘들게 특수트럭으로 옮겨와, 다시 작은 자동차에서 전기로 전환해야만 한단 말인가?

다음으로는 충전소 설치의 확산 가능성이다. 고압가스를 다루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은 차치하고라도, 충전소 한 곳을 만드는 데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내 평균 땅값을 고려하면 충전소 1곳을 만들려면 최소 100억원이 든다. 이렇게 만든 충전소에서 하루 약 250㎏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국가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 수소 1㎏당 가격을 4000원으로 낮춘다고 하니, 1일 매출은 완판 시 100만원이다. 시골 편의점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소를 무료로 준다고 해도 운영은 불가능하다. 과연 이런 영업장이 전국에 확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제 세금으로 운영보조금을 지급해줄 차례이다. 세계 1위 기술력을 통한 미래 먹거리? 미래수출산업? 우리나라야 눈먼 세금으로 조성비와 운영적자를 메운다고 하겠지만,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인 미국을 생각해 보자. 미국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해 이익창출은커녕 최저임금 노동자 1명도 고용할 수 없는 충전소를 세금으로 지어줄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국민 세금으로 미국에 충전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

이런 간단한 의문들에 뭐 하나 긍정적인 답이 없다. 아무리 수소 관련 미래전망을 뒤지고 헤매도 답들은 주지 않는다. 미래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 알아서 다 해결된다는 허상 말고는 말이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실천하는 16세의 거인, 툰베리의 연설과 같이 “당장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세계적 문제에는 관심 없이, 자신들의 배만 부르게 만드는 끝없는 경제성장만을 얘기하는” 우리의 이 상황이 부끄럽다. 친환경은 세계 1위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으로 미래세대를 실망시키지는 말자.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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