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농성을 하는 건 지상에서는 용역들의 폭력에 쫓기고 대화조차 한 번도 못한 채 자신이 살던 집터와 일터에서 쫓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용산참사는 마지막으로 망루를 짓고 올라가서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던 철거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불에 태워 죽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국민으로 대우받지 못한, 비국민(非國民)이었다. 그들은 진압의 대상이었을 뿐, 권리를 가진 국민이 아니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국가는 또 그렇게 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노동권은 헌법에 국가가 보호할 기본권으로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정권과 기업은 한 몸이 되어 노동조합은 깨버려야 할 적으로 삼았다. 노동조합은 인정할 수 없다는 철저한 인식은 경찰도, 검찰도, 사법부마저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 최근에 드러난 것처럼 재판 결과를 거래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하게 빼앗았다. 그런 때에 어디 호소할 곳 없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죽었다. 또는 기약할 수 없는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고,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땅바닥을 기었다. 그런 것도 아무런 호소력을 갖지 못하자 노동자들은 굴뚝이나 전광판과 같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둥지를 찾아 올라갔다.

12일 서울 한강대교 북단 한강변에 위치한 높이 40m 철탑에서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김충태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14년 구미의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는 공장 굴뚝에 올라가 408일 동안 버텼다. 한국합섬 회사가 넘어갈 때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약속받기까지 5년을 텅 빈 공장에서 버티며 싸웠다. 그 고용 승계 약속은 다시 배신당했고,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며 차광호는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중에 집을 짓고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의 말을 듣는 사회가 아니었다. 희망버스가 내려가기를 여러 차례 하는 등 사회적 압력이 생겨나자 그때서야 회사는 고용 승계, 노동조합 승계, 단체협상 승계를 약속했다. 굴뚝에 올라갔던 차광호는 그런 회사의 약속을 믿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 약속은 사기였다. 충남 아산의 파인텍 공장에 내려갔을 때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속임을 당했음을 알았다. 스타플렉스는 파인텍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생각이 없었고, 단체협약 승계 약속도 물거품이 되었다.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회장은 차광호의 굴뚝농성으로 사회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려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해버렸던 것이다.

이에 다시 두 명의 노동자가 스타플렉스 본사가 보이는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갔다. 굴뚝에 올라간 지 12월24일로 408일이 된다.

408일, 4년 전 차광호가 기록했던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이다. 이날만은 넘기지 말고 두 노동자가 땅을 밟게 하자고 지난 12월6일부터 10일까지 청와대에서 목동 굴뚝까지 혹한의 아스팔트를 차광호와 동료들이 오체투지로 기었다. 그리고 차광호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10여년의 세월 동안 힘겨운 싸움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떠나고 이제 5명의 노동자만 남았다.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에게 철저한 배신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책임질 사람 대신 바지 사장이 나와서 지키지도 않을 단협을 기피하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 지고 있었다.

이번에 올라간 굴뚝은 지상에서 75m이다. 거기에 폭 1m 정도 되는 공간이 있고, 거기서 두 노동자는 겨울을 보냈고, 봄, 여름, 가을을 보냈고, 다시 겨울을 맞았다. 건강도 좋을 리 없다. 총체적인 무권리 상태에 놓인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일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 통신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강대교 통신탑에 올랐고, 태안에서는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노동자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에 말려들어가 죽었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과 이런 고공농성을 보아야 하는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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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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