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생물학회 주관으로 열린 생물위협(Biothreats)이라는 주제의 학회에 지난주 참석했다. 생명체로 인한 안전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전 세계에서 모였다. 이들은 우한에서 시작되어 WHO 비상사태 선포와 국제적 방역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2019) 호흡기 질병이 향후 인류에게 인플루엔자 독감처럼 일상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발생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높아졌지만, 치사율이 현저히 낮아진 것도 서로 공존하며 진화하는 관계로 볼 수 있기에, 질병의 일상화 쪽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 중심의 생태계 변화가 진행될수록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80억에 육박하는 인구 증가와 대량 소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의 생활 방식은 기후온난화와 같은 지구 생태의 변화를 유도하였고, 깨진 생태계의 균형은 새로운 전염병이나 사라진 질병이 재차 등장하는 여건을 만든다. 

세계화로 좁아진 지구에서 낯선 질병이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까지 전파되는 상황을 보면서 사람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방역당국도 혼란스럽다. 영화에서나 보던 도시 폐쇄, 여러 나라의 자국민 긴급 수송 등은 물론, WHO 권고 사항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대응마저 등장하는 것은 아픈 이웃과의 고통 분담이라는 인류 가치나 합리적 이성과는 거리가 먼, 야만에 가까운 감정적 반응이다. 

우한에서의 초기 상황은 진행형이지만 연구자들은 사스나 메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바라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력은 높지만 치사율이 낮다는 데 주목한다. 앞으로 돌연변이가 더 생길 수 있어 아직 조심스럽지만, 이런 유형의 전염병에 대한 대응은 개인 방어보다는 집단 면역을 갖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는 새 질병에 대한 관심과 집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 질병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여론에 맞추고 있지만, 조만간 각국 상황에 맞는, 나라 간 협력으로 이뤄진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항공 및 교역량 등을 바탕으로 분석하면 한국은 상위 ‘유행 위험국’이다. 그러나 유행에 더욱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마치 축산에서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이 문제인 것처럼,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고밀집 주거 상황은 전염병 유행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방역에 있어서 공장식 축산이 지닌 위험을 우려해 사회적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나, 전염병 유행을 맞이하여 대규모 아파트 문화로 발생한 밀집 생활공간에서의 대안을 묻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서울의 주거 환경은 전염병 유행에 가히 폭탄과 같은 또 하나의 변수다.

한편 동물과 인간은 다르다는 인간 중심의 사유 방식만으로는 무지가 등장한다. 동물의 공장식 사육 환경 문제에는 무지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장차 경험하게 될 새 전염병에 대한 대책은 공장식 닭장에 버금가는 아파트 집중과 지옥철의 밀집된 도시 생활양식을 전제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러 특징을 고려할 때 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 대응책 정도로도 사회 건강성 확보가 어느 정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병원체의 등장으로 국제사회가 시끄럽지만, 돌이켜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휠씬 더 병원성이 높은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한다.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등장시킨 생물체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유전자 크기가 휠씬 크고 복잡하며, 신속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부 오지를 제외하고는 지구 널리 퍼져 있다. 

그 생명체 이름은 인간이고, 이들이 지닌 이성과 욕망으로 생태계는 교란되고, 그들의 비이성적 두려움과 불안 및 무지는 이 병원체가 지닌 병원성의 동력이다. 합리적 불안과 차분한 대응을 넘어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문명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지금 겪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은 늘 새롭게 반복하여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 사회와 환경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One Health)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어떻게 생명의 가치를 유지하고 존중해 갈 것인가(Planetary Health)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고, 합리적 사고에 기반해 차분하게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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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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