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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정신질환과 관련된 오랜 두 가지 폭력이 있다. 하나는 정신질환에 의한 폭력이다. 일반 폭력에 비해 매우 낮은 비율임에도 국민은 공포를 느낀다. 누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상황이 각인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생기면 사람들은 중증정신질환자의 격리를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강제입원이라는 폭력이다. 2017년 영화 <날보러 와요>는 한 여성이 대낮에 사설이송단에 납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매우 예외적인 상황임에도, 이유 없이 나도 납치·감금될 수 있다는 생각이 공포를 불러온다. 두 폭력은 증오와 혐오를 키워왔다.

1995년 국회는 정신보건법으로 가족과 정신과 의사에 의한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을 법제화했다.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았던 시기에 입원 여부 결정은 주로 민간에 맡겨졌다. 국가에 의한 행정입원은 극히 드물었다. 비인가 요양시설에 있던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한 것은 한발 진보였다. 하지만 호전된 사람도 보호자가 원치 않으면 오래 입원할 수 있고, 위험이 높다고 만류해도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퇴원하는 제도였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지원은 부재했고 모든 책임이 보호자에게 맡겨졌다. 급성기와 만성 입원의 구분도, 전달체계도 없었다. 급성기 병상에서 치료진의 집중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환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의사 한 명이 60명을, 간호사 한 명이 100명을 돌보는 만성정신병원에 맡겨졌다.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격리와 강박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작년 마지막 날 임세원 교수를 잃었다. 다시 편견이 난무할 시점에, 유족들은 안전한 진료 환경이 마련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고인의 유지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한 진정성 있는 의사의 죽음과 애도의 물결은 혐오와 무관심이라는 벽에 막힌 논의의 창을 반쯤 열어놓았다. 33개의 ‘임세원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오랜 두 가지 폭력의 시대는 어떻게 해야 종식될 수 있을까?

응급실 또는 급성기 병원으로의 이송은 국가의 몫이 되어야 한다. 사설응급이송단에 맡길 일이 아니다. 경찰과 119의 업무이다. 경찰과 119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서구는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에서도 전문가 핫라인과 응급출동체계, 그리고 지정 정신응급실을 통해 경찰과 119를 돕는다. 이런 현실적 대안이 실현되어야 한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철폐되어야 한다. 신체질환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 조항이 없어진다고 보호 의무자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입원의 신청자로서만 남고 결정은 국가가 해야 1995년 정신보건법 체계가 종식된다.

국가가 비자의입원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당시의 정신보건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강제입원 자체는 합헌이라고 했다. 다만 독립적 기관의 결정이 없었고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절차도 갖추지 못했으며 절차보조인과 같이 이를 지원할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서는 시행 전이라 판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권을 위해 가정법원이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 또는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이를 결정하는 정신건강심판원의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 국립병원에서는 판사가 출장을 와 입원환자를 만난다. 환자가 직접 본인의 입장을 말할 수 있다. 의사표현이 어려울 땐 절차보조인이 이를 돕는다. 판사는 정신건강 전문가와 함께 결정하고 이후 치료와 지원을 연계한다.

이런 주장에 누군가는 또 쉽게 입원을 시키려는 것 아닌지 염려하고, 누군가는 정신질환자가 사회로 나오면 대책이 있느냐고 한다. 폭력이 낳은 오랜 불신의 결과이다. 인권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어려운 길은 변화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사후에 서류만 검토하는 현 체계보다 대면을 기본으로 국가가 입원을 결정하는 체계는 인권을 위한 인력과 비용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예방으로 시작하여 급성기 치료환경을 개선하고 병원마다 사례관리자를 두고 입원과 동시에 퇴원계획을 세우며 퇴원 후 커뮤니티케어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일 역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핵심은 국민의 안전과 삶을 위한 건강보험 개선과 복지 확대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다시 두 가지 폭력과 증오를 불러내 서로 비난하다 무관심으로 덮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아픔을 겪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이제 논의는 시작됐다.

<백종우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경희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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