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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에서 녹조현상이 심해지자 그 원인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다. 필자는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에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였기에 녹조현상 증가 이유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환경단체에서는 보를 만들어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하고, 반박하는 편에서는 소양강댐을 예로 들면서 댐을 막아도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수질오염 때문이지 보 건설과는 관계없다는 주장이다. 얼핏 다른 주장인 것 같지만 이 두 가지가 녹조현상의 필요조건이므로 양쪽 다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가마솥 더위가 계속된 17일 대청호 상류 수역인 충북 옥천군 추소리 일대의 물이 녹색을 띠고 있다. 이곳은 해마다 장마철을 전후해 질소·인 같은 영양염류가 빗물에 씻겨 들어온 뒤 수온 상승으로 유해 남조류가 급증하면서 녹조가 짙어진다. 강윤중 기자

녹조현상이란 물에 떠서 사는 남조류 플랑크톤이 증가하는 현상인데, 흐르는 물에서는 곧바로 떠내려가기 때문에 살 수가 없고, 보와 댐이 물을 가두어야 증식할 수 있다. 그러면 소양강댐에서는 왜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것은 남조류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인(燐)이라는 영양소가 없기 때문이다. 인은 수중에서 조류의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 역할을 하는 성분이며 인이 없으면 조류가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의 농도를 줄이거나 체류시간을 줄여야 한다. 사실 인의 농도를 줄이는 것은 보가 있건 없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호수에 인이 많으면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보가 없는 얕은 하천에서도 하천바닥의 부착조류가 과잉증식하는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착조류는 증식하여도 물을 이용하는 데에 별로 피해가 없지만 플랑크톤이 증가하는 것은 독소를 생성하는 세포가 포함되기 때문에 매우 큰 피해로 나타난다.

녹조현상의 조류밀도는 인의 농도에 비례하므로, 지난 수년간 하수의 인 제거를 위한 투자가 없었다면 녹조현상의 밀도는 지금의 두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강 하류의 인 농도는 녹조현상이 완전히 없어질 만큼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하수처리가 아직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기준은 높은 편이어서 부영양화 기준의 5배 이상이므로 처리장을 거친다 해도 녹조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농도의 인을 함유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10분의 1 정도로 낮게 처리하는 처리장도 많으므로 앞으로 이 부분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강우 시에 하수가 넘쳐서 처리장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방류하는 양도 많고, 하수관의 누수가 발생하는 곳도 많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의 근원인 농경지의 퇴비에 대해서는 유출을 막을 대책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러므로 대도시의 하수가 유입되는 4대강의 하류에서 인의 농도가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악산계곡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요원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물의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남조류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다. 4대강보를 개방하여 수위를 낮추면 녹조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로서 예측한 바 있고 최근 보의 수위를 낮추어 조사한 결과 환경부에서도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만7000여개 저수지가 있고 그중 절반은 부영양호이고 남조류가 발생한다. 기후여건상 우리는 댐 없이는 수자원을 확보할 수 없으니 남조류가 발생한다 해서 저수한 물을 모두 방류할 수는 없다. 농업용 저수지는 상수원에 비해 남조류 위험성이 적으므로 녹조현상을 감내하고 물을 가두어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4대강의 하류는 모두 대도시의 상수원이므로 유해남조류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물을 가두어 둘 것인지 방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당장 물을 가두어 둘 절실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방류하는 게 타당하다.

녹조현상이 심한 4대강보에서 보를 개방하고 수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에서는 아까운 수자원을 왜 버리려고 하는가라는 이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는 댐과는 달리 유량에 비해 저수량이 크지 않으며 이용가능한 수자원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보는 수위를 크게 변동시키면서 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취수를 편리하게 해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가뭄이 심했던 작년의 예를 보면 보의 수위를 크게 낮추면서까지 저수한 물을 이용하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에는 4대강보 외에도 3만3000개 이상의 보가 설치되어 있다. 하천을 인간이 이용할 수자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생물서식처로서도 인식하고 정밀한 과학적 평가를 거쳐서 불필요한 보들을 하나씩 철거하여 자연변형을 줄이는 하천생태계 복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여야 한다.

<김범철 |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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