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제주도로 이사를 왔다. 글 쓰는 게 직업인지라 가능했지만, 강연 수입이 없으면 굶어 죽으니 육지로 자주 올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한 달에 최소 세 번은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일정이 취소되면서 적응할 필요도 없이 원래 섬에 살던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누구는 코로나19 덕분에 집필에 집중한다지만 배부른 소리다. 당장의 생활비가 없으면 원래의 궤도는 뒤틀린다. 아이들마저 장기 칩거 중이니 현금은 더 필요하다. 원고 청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두 달 사이 다섯 권의 추천사를 작성했고 이런저런 잡지에도 기고했다. 책도 몇 권 계약했다. 100만~200만원의 선금이 꽤나 무게감이 있는 시기라 별수 없다. 원래 써야 할 글에다가 추가된 작업까지 있으니 하루에 15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서 생활한다. 무릎 질환이 더 악화되는 과로 덕택에 두 달은 어떻게든 버텼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36만원과 국민연금 30만원이 부담이다. 지역가입자이기에 받은 돈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도 아니고 없는 돈을 마련해서 입금한다. 납부가 아니라 징수 혹은 표현이 그렇지만 상납의 느낌이다. 20만원 정도일 때까지는 사회공공성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정신무장을 했지만 소득이 찔끔 오를 때마다 금액은 펄쩍 뛰어오르니 환장할 지경이다. 그만큼 버니까 당연하다고? 아니올시다.

나는 도시 근로가구 소득 기준치보다 더 벌면 자동으로 퇴거되는 임대아파트에서 9년을 살았다. 스스로 나갈 때까지 별 문제 없었으니 적당히 벌었나 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소득기준에서 나는 전체 97등급 중 43등급(높을수록 고소득)이다. 연소득 4890만~5190만원에 해당한다. 재산은 1~60등급 중 12등급이다. 보유차량은 기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36만원이다. 소득의 9%가 매달 나가는 셈이다. 참고로 부양가족 등의 조건이 같은 연봉 1억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액은 27만원이다.

물론 직장가입자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임금노동자가 많을수록 나라 경제가 안정적인 건 분명하니 프리랜서가 좀 많이 내는 게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상위 30%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조급한 정부가 큰 착각을 했다. 지역가입자도 상위 30%로 대강 끊으면 관료사회에서의 상층부처럼 선명하게 구분되는 줄 알았나 보다. 1년에 5000만원 버는 사람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것인가?

후유증이 없겠는가. 인간관계는 틀어진다. 나는 못 받는데 3억에 산 집이 8억이 되었다는 내 친구는 받는다. 나는 그에게 양심이 있냐고 따질 것이고 친구는 나에게 돈도 잘 벌면서 서민 흉내를 냈냐면서 빈정거릴 것이다. 꼼수도 창궐한다. 다가올 5월은 개인사업자의 소득신고 기간이다. 여태 국세청 홈택스만 믿고 내라는 대로 냈다. 이제는 모르겠다. 어떻게든 소득을 줄이고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탈세를 절세처럼 말하는 용한 세무사 사무실에 노크를 할지 누가 알겠는가. 아, 비루하다. 돈 좀 받으려고 사생활까지 까는 팔자도 모자라 개인의 도덕성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국가를 협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돈 좀 주면 어디 덧나나. 초유의 사태라면서.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저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