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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한문에 눈을 떴다. 한자하고 한문은 또 다른 세계다. 한자는 한 글자가 하나의 정부(政府)다.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뜻만 고정되지 않고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갖는다. 같은 한자에 상반되는 뜻이 들어 있기도 하다. 이인삼각(二人三脚)처럼 뒤뚱뒤뚱 걸어가는 세 글자 이하의 단어에 산술적으로 서너 자 더했을 뿐인데 그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도무지 요령부득인 5언절구, 7언율시의 구절들.

옥편을 뒤적거리면서 밤하늘을 자주 생각한다. 갈피마다 흩어진 한자는 저 하늘의 반짝거리는 뭇별을 닮았다. 고래(古來)로부터 숱하게 뿌려진 별 몇 개가 연결되어 별자리는 만들어졌다. 북두칠성, 오리온, 큰곰자리, 전갈자리가 다 그렇다. 한자를 연결해서 구체(具體)와 심오(深奧)를 빚어내는 저 성좌(星座)에 이백과 두보도 걸터앉아 있는 것.

꺼져가는 심지를 돋우면서 밤마다 별을 보고 글을 궁리하다가 낮에도 공중을 보려는 습관을 가지려고 한다. 내가 위치하는 곳은 파주출판단지인데 자동차로 출발해 30분 만에 도착하면 서울하고는 영 다른 풍경이다. 평지돌출한 심학산과 서해로 넓어지기 직전의 한강이 넉넉한 세상을 연출하는 것.

우리가 밤낮으로 무엇을 볼 때 전적으로 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고개를 조절하면서 천하의 일부를 조각조각 스스로 편집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눈을 깜빡거릴 수는 있어도 시선은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너와 나, 저 오리무중의 사이에 무슨 ‘섬’이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그 ‘섬’에 상륙이 불가능하다. 내리지 않는 눈 걱정이나 하다가 소한, 대한을 엉겁결에 다 보내고 벌써 입춘이 코앞이다. 그 사이에 설날이 끼었다. 까치만큼 좋아라 설날을 기다렸던 게 엊그제였는데, 나는 이제 왜 명절에 시큰둥한 작자가 되었을까. 반성하듯 직진하는 시선을 심학산으로 들어 올리다가 나와 심학산의 사이에 있는 상수리나무 끝에 새삼 시선이 얹혔다. 빈 둥지인 줄 알았는데, 고마워라, 까치 한 마리가 쓸쓸히 날아올랐다. 올해의 설날은 이렇게 겪는가. 산은 아직 정중동, 나는 꽃산행을 준비 중.

<이굴기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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