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별로 어떤 게 더 나쁜 범죄인지 따질 생각은 없지만, 아동학대는 한 아이의 인생과 그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다. 대검찰청의 2015년 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피해자로서의 아동은 발달 단계에 있으므로 신체적·정신적·성적 가해행위가 성인보다 훨씬 큰 법익 침해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이들은 “별것 아니겠지”라며 넘길 수 있는 작은 학대 행위라도 아이에게 장차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의 부모는 어떤가. 아이를 학대당하도록 뒀다는 자책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만 어긋나도 과거의 학대 사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이를 위험한 환경에 두는 국가와 사회를 원망할 것이다. 이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관두거나, 아이를 더 낳으려다 포기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래서 아동학대범죄는 엄하게 처벌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 등에서 처벌하는 아동학대관련범죄 종류만 20개에 달하고, 범행의 경중에 따라 가중 처벌도 내릴 수 있게 해놓았다.

하지만 엄격한 법과는 달리 아동학대범들에게 내려지는 판결들을 살펴보면 관대하기 짝이 없다. 소변과 각종 오물이 묻은 휴지로 아이들 입을 닦는 등의 학대를 한 한 보육교사는 최근 판결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100여 차례에 걸쳐 아이들을 학대한 보육교사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11월 발간자료를 보면 아동학대범죄자의 75%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내지 벌금형을 받았다. 가끔은 아동학대범에게 중형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이는 이미 아동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뒤의 경우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난해 5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아동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은 2016년 기준 2.15‰(인구 1000명당 발견율)로, 미국(9.2‰)·호주(8.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1~2016년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의심사례 건수의 일관된 증가추세를 보인다”며 “한국사회에 잠재적인 아동학대 사례가 만연한 상태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아동학대 범죄가 적발돼도 범행을 입증하거나 피해사실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현실적으로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아동학대범들에게 형벌 외에도 아동복지법을 통해 학교나 학원, 보육기관 등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둔 이유였다. 누군가는 “가혹하다”고 할 만한 이런 제도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정을 살리고, 사회 전체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최근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일괄적으로 아동학대범에게 10년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아동학대를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안에 따라 10년 제한이 ‘정말’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도 싶다. 헌재결정에 따라 법이 개정돼 12일부터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취업제한을 법원이 내릴 수 있다.

종전 아동학대범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법의 부칙이 개정돼 12일 이전에 아동학대로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의 취업제한이 기존 ‘일괄 10년’에서 ‘최대 5년’으로 대폭 감경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변 묻은 휴지를 아이들 입에 들이댄 교사의 경우 예전 같으면 10년이었어야 할 취업제한이 3년으로 줄었다. 벌금형만 받은 학대범들은 1년만 기다리면 재취업이 된다. 취업제한도 일종의 형벌로 본다면 아마도 역대급 ‘감형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예정보다 일찍 아동관련기관으로 돌아오게 될 학대범들이 모쪼록 마음을 고쳐먹고 재범에 나서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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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