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내전(內戰)이다. 50일 넘게 세상 시끄러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모임에서나 사이버 공간에서나 일단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의견이 다르면 집중포화가 시작된다. 싸움이 싫은 사람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싸울 때는 싸워야겠지만 싸움에도 경중이 있다. 작금에 가장 우선순위 높게 싸울 일은 무엇인가?

지난 23일 뉴욕에서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파리협약을 통해 지구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약속했건만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줄지 않고, 2015~2019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1~2015년 사이 배출량보다 무려 20% 이상 증가한 상태여서 위기감에 소집된 회의다. 지난 6월 유럽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르고, 미국은 9월 초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도리언’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지경이니 이 기후재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각국의 정상이 해결책을 갖고 모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38년까지 탈석탄국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과는 무역거래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하였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파리협약에서 탈퇴했고 중국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예상대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왼쪽)를 비롯한 세계 청소년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독일 등 5개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이 시점에서 월드워치연구소의 창립자 레스터 브라운의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를 새삼 들쳐보며 불편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달래본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기후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그의 결론은 경제다. 세계경제를 개조하는 데 모두 함께 나서자는 것이다. 각국의 군사예산 가운데 13%를 새로운 경제개혁에 투자하면 지구의 환경을 소생시킬 수 있고 기아, 문맹, 질병, 빈곤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작은 예로,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유류에 포함된 교통환경세가 연간 7조원 정도인데 그중 70% 이상을 도로 항만 등 토목공사에 사용한다. 그 예산의 일부라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쓴다면 국제무대에서 낯부끄러운 일은 줄어들 것이다. 반기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문제를 주로 해외 연설에서만 언급했다. 부동산 기사보다도 보도량이 적었던 기후재난 기사는 내전 탓에 더 줄었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 BBC나 CNN에선 한국 언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후문제를 많이 다룰 뿐 아니라 톱뉴스로 올리고 있다. 한국은 왜 그럴까? 댓글이 함정이다. 사이버 시대에 댓글은 민심의 거울이고, 그래서 누군가는 기사 밑에 달리는 ‘좋아요’에 목숨을 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뉴스는 묻히고 만다. 조국 법무장관 사태 와중에 지지자들은 댓글로 사이버 대리전을 치르느라 어린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유엔기후정상회담에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냐”며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고, 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여러분은 오직 돈과 영구적 경제성장에 관한 동화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환경문제에 무감한 세계 정상들을 질타했다. 선출 권력은 유권자의 관심 외엔 관심이 없다. 민(民)이 원하지 않는데 관(官)이 왜 먼저 바뀌겠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까.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이 알려주었다. ‘문명을 구하는 전사’의 자세로 개개인이 함께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찬바람이 조금씩 거세지는데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지구에서 좋은 대학이 뭔 소용이랴, 고3 엄마는 오늘도 전투복을 챙긴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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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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