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역병이 다국적 도시 ‘지구촌’을 뒤덮었다. 차이나타운의 어느 시장에서 탄생한 코로나19라는 이 병은 코리아타운을 훑고 유럽타운을 폐허로 만들었다. 도시의 최대 세력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아메리카타운도 제물이 됐다. 역병은 곧 일본촌에서도 대폭발할 것이다. 사람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도 ‘역병 이후의 세상’에 대해 불안해한다. 여러 불길한 징후들을 봤기 때문이다.

아무도 수습하지 않는다. 이 도시의 ‘넘버1’ 아메리카타운은 바닥을 드러냈다.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중심을 잡았던 과거는 옛말이 됐다. 집 장사로 재물을 쌓아온 ‘보스’ 도널드 트럼프는 중소촌락으로부터 ‘보호세’를 뜯는 데만 열중했다. 아메리카타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괜찮다”고 큰소리만 쳤을 뿐이다. 그렇게 보호세를 걷더니, 정작 어려움을 겪는 다른 촌락들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병은 아메리카타운도 집어삼켰다. 트럼프는 허둥댄다. 독일과 프랑스촌이 구매계약을 맺은 차이나타운 마스크 수백만장을 웃돈을 주고 가로채기까지 했다.

책임지지 않는다. ‘넘버2’ 차이나타운은 역병을 은폐해 화를 키웠음에도, 미안해하기는커녕 큰소리를 친다. 보스 시진핑은 “바이러스의 근원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를 밝히라”고 했고, 행동대장들은 앞다퉈 “우리가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 “역병과 싸우면서 다른 구역들이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우겨댄다.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는 욕심도 드러냈다. 어려움을 겪는 촌락들에 의료진과 방역물자를 지원해 역병 발원지 이미지를 세탁하고, 아메리카타운의 부재와 무능을 부각시키려 하는 것이다.

인도주의 따위는 개나 줘버렷! 아메리카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한 일본촌의 얌체 본성도 확인됐다. 보스 아베 신조는 여름 축제 흥행에만 정신을 팔았다. 타 촌락의 유람선이 일본촌 내 항구에 정박하려 했지만, 감염자들이 있다며 하선을 막았다. 오랜 이웃 코리아타운이 어려움을 겪자 사전예고 없이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었다. 무리수를 남발하던 아베는 축제가 1년 미뤄진 뒤에야 대폭발이 임박했음을 인정했다. 어려울 때마다 기댔던 큰형님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이 없다. 나중에 돌아 온 문자메시지. “동생, 내 코가 석자일세.” 

남의 불행은 나의 기회다. ‘거리의 파이터’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이 오랫동안 보스로 있는 러시아타운은 넘버1, 넘버2의 빈자리를 거칠게 파고들다 구설에 올랐다. 이탈리아촌에 소독, 방역용 장비들을 보냈다고 선전했지만, 이탈리아촌 사람들은 “ ‘정치쇼’ 하지 마. 우리는 산소호흡기와 마스크가 필요하다고”라며 화를 냈다. 러시아타운은 아메리카타운에 산소호흡기와 마스크를 보냈다. 그런데 상표를 뜯어보니, 아메리카타운 제재대상에 오른 회사 제품들이다. “의도가 뭐냐”고 하자, 러시아타운은 “필요 없어? 도로 가져간다”고 큰소리를 친다. 푸틴의 목적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영향력 확대였다.

역병과 맨 앞에서 싸워야 할 WHO는 헛발질을 했다. 바이러스가 무섭게 번질 때도 팬데믹 선언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와 “죽도록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고 뒷북을 친다. 사람들은 WHO가 차이나타운 뒷돈을 받고,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수군거린다.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 집중치료실장(오른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뉴스방송채널 LCI의 토론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연구를 한 사례가 있다”며 “마스크, 의약품, 집중치료실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카밀 로히트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장도 맞장구를 쳤고, 이들의 제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LCI 방송화면 갈무리

도시 분위기는 험악하다. “XX 때문에”라고 외치는 인종주의자들이 판치고 있다. 프랑스촌에선 위험한 백신 실험을 아프리카촌에서 하자는 말도 나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역병으로 멈춰 선 경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넘버1, 2는 바이러스 출처를 놓고 멱살잡이를 한다. 고래 싸움으로 새우 등 터질 날도 머지않았다. 트럼프는 ‘보호세’를 더 뜯어내려 할 것이고, 시진핑은 “아메리카냐. 우리냐”며 양자택일을 강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역병 이후를 걱정한다.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불신은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했고, 아메리카타운의 저명한 외교전문가 헨리 키신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정치적·경제적 대격변은 수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역병과 싸우는 과정에서, 대단치 않아 보였던 우리 주변의 자산과 제도들이 썩 괜찮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하여, 우리의 자산에 단단히 발을 딛고, 우리끼리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역병 이후의 세상과 맞서야 한다.

<이용욱 국제부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