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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아편·바이러스·악마…. 강력범죄 현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사회 밖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기까지 일정 기간 지원금을 주겠다는 자치단체들의 정책을 두고 여권에서 빗대는 단어들이다. 그들은 청년수당 정책이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갈등만 가져올 것이라며 맹폭격을 하고 있다. 정부도 소송으로 힘을 보탰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울과 성남시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첫해 대상자는 3000명으로 신청자의 활동계획서를 심사해 결정된다. 성남시는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역 상품권 등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은 낭떠러지 아래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으면서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규직 취업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에 낙타 통과하기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기 청년근로자도 사상 최고다. 인문계열 졸업생 90%는 취업하지 못하고 논다는 ‘인구론’, 다양한 인턴을 하며 긴 세월을 보내다 보니 여느 회사 부장만큼 경험이 풍부해진다는 ‘부장인턴’, ‘3포세대’에 이어 ‘5포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라는 신조어가 회자된다. 이런 세태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라며 우회적으로 청년들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전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다. 권력에 취해 정작 본분인 국가의 미래는 내팽개친 것이 뿌리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청년정책은 상습 먹튀 공약이 된지 오래다. 약속과 원칙, 땀이 무시되는 대한민국 사회를 만든 것은 청년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현주소를 한탄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 밖에 난 고기가 돼버린 청년들을 탓하는 것은 비겁한 직무유기라는 얘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과 서울역고가 공원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_경향DB


정부는 그간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청년 지원정책에 써왔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청년고용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결국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밝힌 청년실업률 증가와 초단기 청년근로자의 통계, 그리고 청년들 사이의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절반은 실패한 정책이다. 서울과 성남의 청년수당 정책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정부를 대신한 고민이며 새로운 실험이다. 반대로 이를 말리는 정부와 여권은 어찌 보면 안주이며 무관심이다. 청년수당은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여러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은 청년들에게 구직수당, 생활비, 학자금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은 청년층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청년수당은 박근혜 대통령도 한때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취업활동수당 도입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안을 다시 심의하도록 한 요구에 서울시의회가 불응하자 대법원에 제소했다. 집행정지 결정도 신청했다. 복지부는 청년수당이 사회보장사업에 해당돼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사전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자체 고유의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정부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에 진행 절차를 문제 삼고, 여권은 박원순 시장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과격한 단어들로 서울시를 협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사전협의냐 아니냐만을 두고 벌인 재판에서 만약 승소한다면 청년수당이라는 새 제도는 실효성은 아예 논외가 되고 여권 정치인들에게 난도질당할 것이 뻔하다. 다가올 총선에서는 종북정책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수십만명의 청년들은 오늘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절벽을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청년수당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걱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한줌의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금쪽이 될 수도 있다.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희망의 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수당을 마약이나 악마 등에 비유하는 것은 건강한 청년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깔보는 발언이다. 청년수당에 자신의 미래를 온전히 맡길 청년은 없다. 노인기초연금 시행 이후 길거리에 파지나 고물을 줍는 노인들이 사라지고, 노인회관에서는 화투판이 늘었단 말인가. 정부와 여권은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이념적 대립을 그만 멈추고 막대기 끝에 선 청년들의 미래를 자치단체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이상호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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