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이라도 꺼내봐

미소라도 날려봐


조금은 가벼워도 괜찮아

순결하지 않아도 괜찮아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아


아픈 것이 부끄러움은 아니니

깃털 속에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을 믿어봐


너 없는 공중은

투명한 폐허일 뿐이야


여긴 병원이 아니라

나는 너를 치료할 수 없지만


입을 맞춰줄게

부력을 채워줄게


너의 근력을 믿어봐

너의 의지를 믿어봐


고영(1966~)


아픈 새가 있다. 예전엔 공중을 투명하고 비옥한 영토로 만들던 새였다. 시인은 아픈 새에게 공중의 높이와 공중의 쾌청함을 돌려주고자 한다. 새가 없다면 공중은 황무지에 불과하기에. 몽골의 시인 롭상도르찌 을지터그스가 “풀은 모두 나무/ 돌마다 산/ 넓은 이 세상/ 사물은 모두 중심// 깃은 모두 새/ 새마다 하늘/ 풍요로운 이 삶의/ 모든 날들이 새롭다”라고 노래했듯이 새가 곧 하늘의 중심이요, 새가 곧 높고 맑은 하늘이기에. 시인은 새의 비상과 새의 자유를 위하여 심장의 박동과 근력과 의지를 스스로 신뢰하라고 말한다. 지금의 상황이 흡족하지 않고 모자람이 있고 순탄하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한번 더 하늘을 향해 떠오르자고 격려한다. 마음도 기운도 꺾이지 말라고 세상의 모든 아픈 사람들에게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내일의 벽공(碧空)이 기다리고 있기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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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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