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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여부를 놓고 몇 달째 논란이 이어지던 각 시·도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모의투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주 “안된다”며 쐐기를 박았다. 

선관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데, 이로써 학교에서 모의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히게 됐다. 예컨대 이미 지난해 12월 모의투표를 진행할 40개 학교의 선정을 마치고, 이를 지원할 예산과 교육계획까지 준비했던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 모든 걸 갈아엎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모의투표를 함께 준비해왔거나 이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겠지만 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여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 교육감들이 선관위 결정에 반발해 강경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한 교육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터라 정치적 오해를 살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모의투표는 이론보다는 실전에 가까운 교육 과정이다. 학생들이 실제 정당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토론과 스스로의 가치판단을 거쳐 투표까지 직접 해보는 일련의 과정이 핵심이다. 모의투표 결과는 실제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에 공개토록 돼 있다.

선관위는 모의투표를 전면 불허한 이유에 대해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하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이르러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위원들이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계 일각에선 “위원들 대부분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탓”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학내 모의투표는 과거 총선이나 대선 때도 여러 차례 실시했던 교육이다. 모의투표 자체가 정치편향 시비에 휘말렸다거나, 모의투표로 인해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세뇌’되었다는 등의 얘기 역시 알려진 바 없다. 모의투표가 “애들은 가라” 식으로 막아야 할 투전판이 아니라는 얘기다. 선관위의 결정에는 학생 유권자의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결여돼 있다.

일본은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며 교내 모의투표를 권장하고 있다. 공직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20~30대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이 꼴찌를 기록하는 동안 선관위는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규제기관이 있으면 진흥기관이 있어야 적절한 균형이 맞는 경우도 있다. 선관위가 규제 쪽에 관심이 더 많다면 이참에 ‘선거진흥위원회’를 만드는 건 어떤지 제안한다.

선관위의 결정이 ‘선거 교육’이라는 큰 밥그릇(혹은 주도권)을 놓치기 싫어서라고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선관위는 최근 ‘18세 유권자 선거 교육 교재’를 발간해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다만 학교에서 제대로 활용되길 바란다면 교재부터 꼼꼼히 검토해보길 권장한다. 

교재를 보면 “친구에게 지지를 부탁할 수 있다”고 했다가, “교실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 건 불법”이라고 해놓고선, “2개 이상 교실을 다니며 선거운동하면 불법”이라고도 써놓았다.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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