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의 세대교체론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서 끝을 봤다. 86그룹의 대표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세대교체를 핵심 기치로 내세웠으나 실패했다. 경쟁 후보(이해찬·김진표)에 비해 ‘덜 꼰대’라는 걸 부각하는 것 이상의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 정치의 중심을 차지했고, ‘686’ 진입을 앞둔 86세대가 세대교체 기수를 자처하는 것부터가 애초 성립되지 않는다.

86세대의 상징 인물인 이인영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세대혁신’을 주창하며 ‘미래세대와의 연대’를 그 길로 제시했다. 20년 넘게 정치적 주류 지위를 누리면서 이제는 세대교체의 대상으로까지 지목되는 86세대의 자기응시와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에 그대로 옮긴다. “세대혁신을 촉진하겠다. 진보는 꼰대, 보수는 꼴통이라는 낡은 이미지에서 먼저 벗어나겠다. 아버지를 한국인으로 둔 프랑스의 새 디지털경제장관 세드리크 오의 나이는 38살이다. 그린 뉴딜을 주창한 미 연방 여성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나이는 30살이다. 평화정치, 복지정치를 넘어서 디지털 정치, 녹색정치에서 미래세대와 연대해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 세대를 넘어 더 늦기 전에 미래세대에게 더 많은 전략적 거점을 내어주고 우리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어야 한다.”

86세대가 “아랫세대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오랫동안 세대교체를 점유하면서 빚어낸 결과가 ‘늙은’ 국회다. 2020년 임기 마지막 해가 되면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9.5살에 달한다. 평균 연령보다 심각한 것은 세대 다양성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86세대다. 국제의회연맹이 기준으로 삼는 45세 미만 ‘청년 의원’ 비율이 6.33%로 세계 150개국 중에서 143등이다(시민단체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자료). 청년 대표성 측면에서 세계 최악의 국회다. 

노무현 정부의 486이 그대로 586이 되어 중심으로 돌아온 까닭에 문재인 정부도 늙었다. 유신시대 인물을 중용한 박근혜 정부의 기저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게 포장될 뿐이다. 초대 내각의 평균 연령은 노무현 정부 52.2세, 박근혜 정부 59.1세, 문재인 정부 61.5세이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도 60살이 넘는다. 86세대가 나이먹은 만큼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내각 나이가 벌어진 셈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변화를 가름하는 건 아니지만, 세대적 다양성마저 없다는 게 정부를 ‘꼰대’로 보이게 만든다. 집권 3년차가 되도록 40대 장관을 볼 수가 없다. 52개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해도 40대 기관장은 없다.

세대 스펙트럼은 의사결정 시 다양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 미래 도전에 대처하는 데도 달라진다. 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에서 김두관(행정자치부), 강금실(법무부), 이창동(문화관광부) 등 40대 장관들은 변화를 대변했다. 1995년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40대 노동부 장관(이인제)이 있었다. 2006년 정권의 명운을 걸어도 어렵다는 ‘연금 개혁’을 이뤄낼 때도 40대 보건복지부 장관(유시민)이 있었다.

정치와 국정의 책임자들이 노령화되는 동시에 다수 유권자인 노령층의 이해관계가 정책 우위에 서면 ‘제론토크라시(고령자 지배체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안은 청년 법안보다 4배 이상 많았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래세대의 희생 속에서 이뤄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진입하면서 ‘제론토크라시’가 태동하리란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어른거리고 있다.

국회도, 정부도 젊어져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86세대를 포함한 혁명적 물갈이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 요직에도 미래세대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 ‘운동’의 단일 유전자를 깨는 길이기도 하다. OECD 36개국 중 15개국 정상의 연령이 30~40대다. 한국은 장관과 청와대 수석 중에 30대는커녕 40대도 없다.

더 이상 젊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세대적 한계가 있다. 86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평화·복지 등을 넘어 디지털과 녹색정치, 미래세대가 중요시하는 문제에는 둘레가 쳐질 수밖에 없다. 실업과 저출산 등 청년 문제를 그들 눈높이에서 접근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이인영 의원의 출사표를 빌리면, “더 늦기 전에 미래세대에게 더 많은 전략적 거점을 내어주어 미래를 심어야 한다”. 

2015년 정권교체로 43세에 총리에 오른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30살의 최연소 장관 등이 포함된 남녀 동수의 파격적인 내각을 출범시킨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트뤼도 총리의 답변은 강렬했다.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은 2019년, 2020년이기 때문에” 늙은 정부, 늙은 국회를 바꿔야 한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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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